임혁필 "세바스찬은 이제 버렸다"…연출자로 '제2의 인생'

 개그맨 임혁필이 무대에 등장한다. 관객들은 아직도 세바스찬을 생각한다. 그의 입에서 “나가 있어!”라는 한 마디가 떨어지길 기다린다. 하지만 임혁필은 이런 관객들의 마음을 저버린다. 그런데 공연이 진행될수록 오히려 박수 소리는 더욱 커진다. 마술쇼, 비눗방울쇼, 그림자쇼 등이 숨 돌릴 틈도 없이 이어진다. 특히 아이들이 환호한다. 흥분한 나머지 객석에서 일어나 춤을 추는 아이까지 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임혁필이 직접 만들어낸 샌드아트. 그의 섬세한 손놀림을 통해 모래가 멋진 예술작품으로 변신할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임혁필은 유튜브 등을 통해 독학으로 샌드아트를 배웠다고 한다. 엄청난 노력이다. 임혁필이 직접 연출한 ‘펀타지쇼’는 그런 진정성이 느껴지기에 더욱 감동적이다.

 KBS 공채개그맨 13기 임혁필은 ‘개그콘서트’에서 세바스찬 캐릭터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그런데 지금은 ‘펀타지쇼’의 연출자에 만족하고 있다. 지난 1년간 대학로 소극장에서 공연되던 ‘펀타지쇼’는 화제를 모아 최근 강남까지 진출했다. 압구정 현대백화점 뷰티파크 토파즈홀에서 23일까지 공연된다.
 무대에서 임혁필을 만났다. 그는 “언제까지 ‘나가 있어!’만 하고 있을 순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왜 계속해서 세바스찬으로 살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임혁필은 “‘펀타지쇼’에서 세바스찬을 등장시키면 관객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튀어버리면 공연 전체의 질서가 흐트러질 수 있다”고 연출자로서의 냉정함을 강조했다.

 세바스찬을 버린 임혁필은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한다. “연극만 하니 한 달 수입이 5만원에 불과할 때도 있었다. 세바스찬 이름으로 행사 나가면 수입이 그보다 수십 배는 될 텐데”라고 하면서도 “그러나 행사하는 사람이라고 불리고 싶지는 않다. 연출자로 인정받고 싶다.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예전 인기에 젖어있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직도 잘 나가는 ‘개그콘서트’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임혁필은 “공연 준비 때문에 TV를 거의 보지 않는다. 부인도 ‘개그콘서트’의 팬인데 내가 안 나오니까 안본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그래도 김준현 등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후배들에게 “가장 잘 나갈 때 자기 관리를 더 철저히 해야한다”고 선배로서 조언했다.

 ‘펀타지 쇼’는 서서히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2011년 한국관관공사가 선정한 ‘공연관광 축제 참가작’답게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아온다. 일본 NHK TV와 잡지 등에 소개가 되어 일본인 관객이 특히 많다.  임혁필은 ‘난타’의 송승환 대표처럼 되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다. 아직은 많은 것이 미흡할 수 있다. 그런데 이제 출발점을 막 지났을 뿐이다. 그의 꿈을 응원한다. 

김용호 기자 cassel@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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