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팡테리블] 타뷸라 라사, "곡 만들어놨는데 불러줄 사람 없어… 제가 직접 불렀죠"

타이틀곡 제외한 모든 곡서 프로듀서 능력 발휘
"제 특색 가장 극대화 해보자는 느낌으로 작업했죠"
타뷸라 라사(tabula rasa·사진). 아무것도 씌여 있지 않은 종이. 즉 백지라는 뜻의 라틴어다. 프로듀서 겸 가수 타뷸라 라사(본명 김한슬)는 이런 의미를 꼭 빼닮았다. 본인의 활동을 무어라 규정짓지 않는다. 백지 같은 상태에서 어떤 것이든 될 수 있는 음악을 지향하고 있다.

타뷸라 라사의 첫 번째 미니 앨범 ‘플라토닉&피지컬(Platonic&Physical)의 타이틀 곡 ‘내가 어떻게 다해줘’는 어반 알앤비 뮤지션들에게서 볼 수 있었던 감각적인 비트와 멜로디가 돋보이는 곡이다. MBC ‘무한도전’의 조정가 ‘Change The Game’에서 데프콘, 정형돈과 함께 한 제이디(JD)가 메인 보컬로 참여해 매력적인 목소리를 더했다.

“곡이 먼저 나와서 어떤 이야기를 말할까 고민하던 중이었어요. 레퍼런스가 됐던 게 다이나믹듀오의 ‘죽일놈’이란 곡이에요. 평소에 좋아하는 노래이기도 했는데 ‘나도 저런 내용으로 곡을 써볼까’란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가사 콘셉트가 남자가 여자에게 섭섭함을 토로하는 내용으로 가게 됐어요. 처음엔 쉽게 써질 줄 알았는데 잘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제 주변의 많은 남자 분들에게 스토리를 공모를 해서 가사가 나오게 됐어요.”

타뷸라 라사는 이번 앨범에서 타이틀곡을 제외한 모든 곡에 본인의 목소리를 입혔다. 뿐만 아니라 랩 부분을 제외한 전곡 작사에 작곡, 편곡에 이르기까지 프로듀서로서의 능력도 발휘했다. 놀라운 점은 이 모든 것을 혼자 해내는 타뷸라 라사의 나이가 24살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상 프로듀서라는 개념이 전체 앨범이나 가수를 기획부터 하는 직업이잖아요. 전 아직 부끄럽고 부족한 것들이 많아요. 그런 점에서는 그냥 작곡가, 작사가가 더 맞는 표현이라고 할 수도 있죠. 노래는 제 이름으로 나온 첫 번째 데뷔 싱글부터 시작했어요. 곡을 만들고 제가 가이드를 잡아 놓았는데 마땅히 불러주실 싱어분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불렀어요. 자꾸 부탁드리고 녹음 받고 하는 것들이 힘들다 보니 쭉 해오게 됐네요. 이번 앨범엔 타이틀곡 빼고는 다 제 목소리가 들어가긴 했어요. 그래서 애매하긴 한데 전 스스로 가수라고 생각하진 않아요.(웃음)”

‘플라토닉&피지컬(Platonic&Physical)’은 듣는 순간 빠져드는 훅(Hook)을 중요시 하기 보단 곱씹으며 들을수록 매력이 느껴지는 곡들로 채워져 있다.

“곡을 모아서 하나의 앨범으로 낸 게 처음이다 보니 제 색깔을 나타내는데 중점을 뒀어요. 달달하면서도 우울한 감성에 초점을 맞췄죠. 이런 ‘제 특색을 가장 극대화해서 만들어 보자’라는 느낌으로 작업했어요. 제 음악의 지향점이요? 전 한번에 귀를 사로잡는 따라 부르기 쉬운 음악보다는 가만히 틀어놓고 감상하기 좋은 음악을 하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실제로 많이 불리어지는 것보다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요.”

최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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