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총리는?

영화 ‘철의 여인’은 정치에 대한 진지한 의문이 들게 만드는 작품이다.

‘철의 여인’은 1979년부터 11년간 재임한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 마가렛 대처의 이야기다. 실제 냉전이 한창이던 마가렛 대처의 재임기간 중 소련이 붙여준 별명이 ‘철의 여인’이다. 그렇다고 여성의 이야기를 중심적으로 다룬 페미니즘 영화는 아니다. 여성에게 생소했던 정치라는 분야에 뛰어든 한 여성의 꿈과 야망이 영화의 주요 토대다.

런던 북부의 식료품점 딸로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한 마가렛은 보수당을 통해 정계에 입문한다. 이미 정치에 어느 정도 뜻을 뒀던 자신의 아버지를 마음 속 깊이 존경했던 마가렛 대처는 과감히 정치의 꿈을 품은 마가렛은 그렇게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간다. 특히 자신의 정치인생에 동반자나 다름없는 남편 데니스 대처를 만난 것은 그야말로 행운이었다.

영화의 시작은 총리직에서 물러나 이미 사망한 남편 데니스를 여전히 곁에 두고 살아가는 마가렛의 노년 모습을 조명한다. 늘 그녀 곁에서 말을 걸어오는 데니스에게 대꾸하면 주변 사람들은 마가렛 대체에게 혹시 미친 게 아니냐는 눈빛을 보내고 자신들끼리 속닥거린다. 그러면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마가렛은 남편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데니스를 만나 결혼에 이르는 과정, 두 아이를 내버려두고 의회에 입성하는 과정, 그리고 보수당 지도부의 나약한 모습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지도부에 나서면서 영국 역사상 첫 여성총리에 이르게 되기까지가 스치듯 그려진다. 결국 영화는 총리 시절과 말년의 마가렛 대처를 비중있게 다룬다.

영화의 막바지 마가렛 대처의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그저 우리 아이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애썼을뿐”이라는 마가렛 대처 자신의 정치인생에 대한 회고와 평가가 정치의 깊은 의미를 재조명한다. 그저 마가렛 대처에 대한 찬사만이 아니다. 어느덧 오만한 고집과 아랫사람들을 무시하는 모습도 나온다. 마가렛 대처는 영국 국민의 안일한 국가관을 꼬집으면서 국가의 혁신을 꾀한 인물로 평가된다. 그러면서 수많은 노동자들의 실직을 방치하고 노조를 무력화시킨 인물로도 평가받는다. 영화는 비교적 두 시각을 공존시키며 한 인간이 정치에 뛰어들면서 겪게 되는 시련과 그로 인한 성찰을 잘 보여준다.

마가렛 대처를 연기한 메릴 스트립은 잘 숙성된 위스키 한 잔을 음미하게 만드는 매력이 넘쳐난다. 성공에 대한 집념과 투철한 이데올로기 정신으로 구현된 영화 속 마가렛 대처는 온존히 메릴 스트립의 연기 덕분이다. 23일 개봉.

한준호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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