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개봉하는 영화 ‘네버엔딩 스토리’(정용주 감독)에는 20대보다 더욱 찌질한 인생을 살아가는 30대 남성과 역시 엽기적으로 보일 만큼 계획에 집착하는 30대 노처녀가 등장한다. 그냥 되는대로 살면서 로또에만 집중하며 살아가는 강동주를 엄태웅이 맡았고 결혼도 안했으면서 결혼식에 신을 구두를 사놓을 만큼 계획성 있는 여자 오송경을 정려원이 연기한다. 여기에 두 사람에게는 시한부 판정이라는 암울하면서도 극적인 상황이 닥친다. 그렇게 정반대의 인생철학을 지닌 두 30대 남녀가 만나 장기적인 사랑 계획을 세워나가는 영화다.
동생 부부의 집에 얹혀살며 부부가 운영하는 태권도와 발레 학원에서 청소와 운전사로 일하던 동주와 은행직원으로 결혼을 앞둔 동성의 친구와 함께 사는 송경은 같은 병원에서 연달아 3개월 시한부라는 판정을 받는다. 뇌에 악성종양이 생겼기 때문. 전혀 다른 두 사람은 더구나 결혼정보회사에 서로를 등록시켜놓은 상태. 병원에 이어 결혼정보회사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과정에서 또 다시 만나게 된 두 사람. 서로 다르지만 각자 필요한 부분을 채워나가며 만남을 이어가게 된다. 그렇게 이들의 시한부 연애(?)가 시작된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30대 남녀의 연애와 결혼을 다룬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기존 로맨틱 코미디물들은 20대가 주인공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사실 30대 커플은 로맨스와는 거리가 있다. 어느새 사회 생활에 적당히 길들여지고 이성과의 만남에 있어서 조건을 가장 우선시하게 된 30대들의 사랑과 결혼은 전혀 영화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한부 인생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동안 각자의 꿈을 향해 달려왔지만 어느새 꿈과는 멀어져 있고 체념의 정서를 체득하기 시작한 30대다. 이런 것들을 싹 잊고 여전히 앞만 보고 달려가기 때문에 재미없고 낭만은 눈을 씼고 찾아봐도 없는 게 30대의 현실. 그런데 이들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면. 그러면서 서로를 의지하고 사랑하게 된다면.
영화는 바로 이러한 극적인 상황에서 만난 속물 30대들의 사랑이 얼마나 순수할 수 있는지를 유쾌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그려나간다. 실제 30대인 엄태웅과 이제 갓 30대에 접어든 정려원이 만나 찌질하면서도 순수한 사랑을 펼쳐나가는 모습도 귀엽고 애정이 간다. 19일 개봉.
한준호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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