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등위 (게임물등급위원회) 존재 이유 사라지나

지난 달 열린 게임쇼 ‘지스타’에서 ‘디아블로Ⅲ’를 체험하기 위해 줄을 선 인파들
게임물을 심사하고 등급을 결정하는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등위)의 절대권력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입법기관인 국회는 물론, 민간 기업에서도 게등위를 향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서고 있어서다. 이는 민주당 소속 의원간 의기투합에다 최근 일명 ‘화폐경매장’ 이슈의 주체인 블리자드의 행보에 기인한다.

◆국회 뿔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재윤 의원과 전병헌 의원은 게등위에 대한 국고 지원을 더이상 용납할 수 없다면서 폐지론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김재윤 의원은 “국회에서 2008년과 2009년에 두 차례 국고지원 시한을 연장해 준 이유는 지원이 끝나는 2011년 이후부터 민간으로 이양하기로 합의가 됐기 때문”이라며 “또 다시 국고를 지원한다는 것은 국회 의결사항에 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전병헌 의원도 “세계 사례와 추세, 흐름을 보더라도 민간권한 이양의 과도기 형태로 존재했던 게등위의 기능은 민간자율심의 기구로 전환시키고 절대 권력화된 게등위는 이제 국회가 지정했던 시간에 따라 페이드 아웃(영화에서 화면이 점차 어두워지면서 시간의 경과를 나타내는 기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디아블로Ⅲ’
앞서 게임물을 관리하는 정부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는 2009년 국고지원을 2년 연장해주는 대신 ‘반기마다 민간이양, 자율심의 방안을 보고토록 의무화 할 것’이라는 부대의견을 달았다. 하지만 2년동안 아무런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는 게 전 의원측 설명이다. 실제 정부가 정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민간자율등급제로의 전환을 전제로 게등위에 대한 국고지원 시한을 2011년 12월 31일까지로 정했다. 문화부는 게임물에 대한 민간 자율심의를 염두에 둔 입법예고안을 올해 7월 공포했다. 이에 따라 현재의 등급분류 중심 게임물등급위원회를 사후관리 중심의 게임물관리위원회로 변경하고,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에 대한 사전심의와 민간 심의물에 대한 사후관리만을 담당하토록 하겠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국고지원 만료 시한을 두 달 앞둔 지난 11월 정부는 게등위를 영구존치하는 게임법을 다시 국회에 제출했다. 전병헌 의원측은 “국고지원도 영구히 하는 정부안은 그동안 게등위의 3번의 거짓말과 국회를 농단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전 의원은 오히려 게등위 폐지와 심사권 민간 이양이 궁극적으로 게임산업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게등위가 사라지더라도 문화부가 지정하는 민간기관이 사전심의를 담당하고, 이 기구가 청소년보호법상 ‘심의기관’으로서 지위를 갖게 됨으로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심의대상이 될 수 없게 된다. 법상에 공기관인지, 민간기관인지, 차별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문화부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민간기관의 자율심의가 이뤄진다면 청소년보호법의 지휘를 받을 일은 없다는 해석이다. 또한, 사전등급분류업무를 민간으로 이양해 사후관리라는 불법행위와 게임 산업의 기반이 될 합법 사전등급분리 업무가 분리되면서 민간은 비용 효율을 얻을 수 있고, 국가는 예산 절약에다 지원과 규제정책이 분리돼 움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갈길을 간다

 블리자드는 신작 ‘디아블로Ⅲ’에 ‘화폐 경매장’ 시스템을 적용한 정식 버전으로 이달 초 게등위에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희망 등급으로 심의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게임 업계는 ‘디아블로Ⅲ’가 상용 등급을 획득할 지 주목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게임 내 아이템 현금 거래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화폐 경매장 시스템은 이용자들이 게임을 통해 아이템을 획득하고 이를 블리자드가 정한 플래폼 상에서 매매하는 것을 말한다.

 블리자드의 이같은 행보는 이미 지난 9월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 대표의 방한에서 예견된 바다. 모하임 대표는 “내부 법률팀과 검토한 결과 한국 정부가 (‘디아블로Ⅲ’의 화폐 경매장을) 절대 불허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며 “블리자드는 국내법을 준수하는 범위 안에서 운영할 것”이라며 도입 의사를 밝혔다.

 블리자드를 포함한 대부분의 게임 업체들은 아이템 거래 자체를 사행성으로 판단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게임법에 의하면 사행성게임물이란 ‘베팅이나 배당을 내용으로 하거나 우연적인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거나 경마, 경정, 경륜, 카지노, 사행행위영업, 복권, 소싸움 및 이를 모사하는 게임물로서 그 결과에 따라 재산상의 이익이나 손실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게등위는 사행성게임물에 대해 등급분류를 거부할 수 있다. ‘디아블로Ⅲ’에서 아이템 획득 방식은 여타 RPG(역할수행게임; 유저가 특정 역할을 수행하고, 이로써 캐릭터를 성장시키며 아이템을 획득하는 게임)와 마찬가지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경험치와 스킬을 높여가면서 이뤄진다. 베팅이나 배당, 또는 우연적인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게 아니다. 아이템 거래 과정도 기본적인 입찰로 이용자간 필요에 따른다. 이에 따라 아이템을 게임 내에서 현금을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채택했다는 사실만으로 사행성 게임물로 볼 수는 없다.

 아이템 현금 거래에 대한 법적 해석도 부정적이지 않다. 2010년 초 대법원이 엔씨소프트 ‘리니지’의 게임머니(아덴)를 현금 거래하는 것에 대해 ‘사행성 게임 수단이 아니며 노력을 통해 얻어진 결과물’이라며 무죄를 선고한 판례도 있다.

 한편으로는, 이미 아이템을 중개하는 사이트가 성황이라는 현실도 ‘디아블로Ⅲ’에 ‘화폐 경매장’ 시스템을 불법으로 정의하지 못하는 근거가 된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아이템 베이 등 중개 사이트에서 생기는 아이템 거래가 한해 1조 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상황에, 게등위가 중개 사이트는 그대로 둔 채 ‘디아블로Ⅲ’에 등급거부 판정을 내리기는 형평성 차원에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수길 기자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