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발표한 네 번째 정규앨범은 앨범명인 ‘Go Easy(고 이지)’처럼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자신의 음악을 발전시킨 버벌진트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타이틀곡 ‘좋아보여’는 발표와 동시에 온라인 음원차트와 오프라인차트, 힙합차트까지 1위를 차지하며, ‘힙합제왕의 완벽한 귀환’이라는 평을 얻었다. 이미 데뷔 시절부터 힙합 마니아는 물론 동료 뮤지션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면서 차세대 힙합 아티스트로서의 면모를 드러낸 버벌진트는 이번 앨범으로 대중적인 입지를 굳혔다.
“원래 지난해 발표하기로 했던 앨범인데 좀 더 신경을 쓰느라 늦어졌죠. 예상은 물론, 기대도 안했던 결과여서 더욱 놀랍긴 해요. 제 앨범 중 가장 친절한 작품이에요. 대중친화적인 음반이라고 할 수 있죠. 사실 대중적으로 방향을 정한 건 아니에요. 그 동안 갖고 있던 제 음악적 날카로움이 무뎌진 것 같아요. 이젠 애교를 떨고 싶어진 느낌이에요.”

“고등학교 3학년 때 힙합과 록음악을 좋아해서 밴드 활동도 했어요. 대학 시절에는 학업에 그다지 성실하지는 못했죠. 카츄사로 군 복무를 했는데 간신히 대학을 졸업했어요.”
확실히 버벌진트는 마니아틱한 음악적 면모를 드러내며 힙합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나름 정의하자면, 작가주의 성향의 아티스트라 할 수 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 ‘좋아보여’는 이별 후의 재회라는 흔한 주제를 강남대로라는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해 몇 초 안되는 짧은 순간 동안 일어나는 남성의 심리적 변화를 훑어가는 방식의 노랫말이 돋보이는 곡으로 최근 인디계의 가장 핫한 뮤지션인 검정치마의 멤버 조휴일이 참여했다.
“이 노래는 실제 경험 반, 나머지는 상상력으로 만들었어요. 상상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거리에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의 인생 뒷이야기를 상상하곤 하죠. 제 랩들은 모두 일상에서 오는 다양한 자극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요.”
버벌진트는 2007년 첫 데뷔음반을 발표하고 마니아팬의 인기로 수익을 얻고 이를 재투자해 꾸준히 음악 활동을 이어왔다. 여기에 각종 케이블 예능프로그램 및 TV 광고 성우로도 활약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번 앨범으로 아이돌들마저 열광할 만큼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는 뮤지션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10대부터 30대까지 도시에서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끌릴 수밖에 없는 감성으로 음악을 제조해내는 버벌진트는 21세기의 음유시인이 됐다.
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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