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안타까워 한 건 고인의 마지막 선수 생활을 지켜본 류중일 삼성 감독이었다. “뭐가 그리 급해 빨리 가는지 모르겠다. (장)효조형이 심심해서 부른 것 같다”며 장탄식을 내뱉은 류 감독은 “최 전 감독이 삼성으로 온 뒤 김성래 코치와 김용국 코치, 이동두 한화 수석 코치와 자주 어울렸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후배들을 잘 챙겨줬다. 자주 어울려 밥도 먹고, 밥값 내기를 할 정도로 친하게 지냈다. 정말 안타까운 사람이 떠났다”고 덧붙였다.
류 감독은 데뷔 첫 해인 1987년 최 전 감독과 첫 대결에서 삼진으로 물러났다. 당시 더그아웃에 돌아와 선배들에게 “최동원의 구위가 매우 뛰어나다”고 혀를 내두른 류감독은 “선배들의 대답은 ‘이미 어깨가 나빠진 상태’라고 하더라 그 정도로 최 전 감독의 구위는 빼어났다”고 회고했다.
최동원 전 감독은 지난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혼자 4승을 올리며 롯데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끌었다. 7차전에서 삼성 장태수를 삼진으로 잡고 펄쩍펄쩍 뛰던 모습은 지금도 야구팬들의 뇌리에 강렬히 남아있다. 당시 삼진을 당했던 장태수 삼성 수석 코치는 고인의 소식을 접한 뒤 “그때가 최동원 감독의 전성기였다. 한국시리즈 내내 비디오분석을 했지만 공략하지 못했다”면서 “몸이 좋지 않다는 소식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리 가실 줄은 몰랐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곁에 있던 김용국 코치는 “한국시리즈에서 4승 했으면 혼자 다 한거나 마찬가지다”라며 “아무래도 스트레스가 주원인일 듯 싶다. 건강이 나빠지면 정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전 감독과 함께 어울렸던 김성래 코치는 “옛날 생각이 쭉 난다. 정말 안타깝다”면서 “홈런 1개만 치면 이기는 경기가 부지기수였다. 그만큼 최동원 선배는 잘 던졌다”고 밝혔다. “그만한 투수가 지금 현역 중에는 없다”고 못박은 김 코치는 “최동원 선배랑 야구를 하면 1-0 아니면 2-0 이었다. 그만큼 야구가 쉬웠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비록 최동원 전 감독은 삼성에서 은퇴했지만 팬들은 그를 영원한 롯데맨으로 기억한다. 올시즌 롯데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양승호 감독은 최 전 감독과 각별한 사이라며 고인의 영면을 바랐다. 신일고-고려대 출신인 양 감독은 경남고-연세대 출신인 최 전 감독관과 자주 맞붙었고, 최 전 감독을 상대로 프로 데뷔 첫 홈런을 때린 기억을 떠올렸다. 양 감독은 “지금은 그런 투수가 없다”며 탄식한 뒤 “7월에 열린 경남고와 군산상고의 OB전에서 보니까 몸이 많이 안 좋아 보이더라. 내일 2군 경기가 없어 2군 선수단이 빈소를 찾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대구=유병민 기자 yuball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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