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또는 뭔가를 처음 맞닥뜨릴 때 낯선 기운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수 십년간 TV 화면을 보면서 게임을 접했던 유럽인들은 ‘온라인 상에서 게임한다’거나 ‘게임 콘텐츠가 실시간 업데이트 된다’는 등의 신세계와 접촉할 때 “과연”이란 말로 낯설음을 표현했고 합니다.
지난 주 독일 쾰른에서는 세계 3대 게임쇼인 ‘게임스컴 2011’이 성대하게 열렸습니다. 2007년 이후 매년 급성장하면서 올해는 가장 큰 규모로 개최됐는데요. 현장에서 만난 독일 최대 일간지 슈피겔(spiegel)지의 한 기자는 온라인 게임에 대해 “인터넷이 게임과 결합해 성공하는 비결은 입소문일 것 같다”며 “지인들이 실시간 전하는 구전 효과로 낯설음을 해소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온라인 게임은 이처럼 실시간 콘텐츠와 서비스가 ‘증축’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입니다. 여기에 소수로 출발한 마니아층의 입을 거치면서 급속히 회자됩니다. 실제 ‘게임스컴’에서 상당수 유럽 게이머들은 온라인 게임과 조우한 시발점으로 ‘지인’을 꼽았습니다.
이번 ‘게임스컴’의 최대 이슈는 ‘길드워2’와 ‘테라’였습니다. 두 작품은 각기 두드러진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요. ‘길드워2’는 유럽에서 가장 크게 히트한 ‘길드워’의 후속작이고, ‘테라’는 현지 최대 게임기업인 프록스터가 ‘작정하고’ 밀고 있는 연유입니다. 이를 입증하듯 두 게임이 위치한 부스는 연일 관람객들로 북적거렸습니다. 이 역시 입소문을 타면서 낯설음을 줄였고, 게임을 체험한 유저들은 기대감으로 충만해졌습니다. 덕분에 ‘온라인 게임을 가장 잘 제작하는 곳은 한국’이라는 도식도 심어주고 있습니다.
온라인 게임이 좀더 친밀하게 여겨질 수 있는 많은 노력도 수반되고 있습니다. 김성진 넥슨유럽 대표의 경우 ‘게임스컴’ 행사 중에도 본사가 위치한 룩셈부르크까지 왕복하면서 손님을 맞았고, 프록스터는 전시장을 ‘테라’로 도배하다시피 했습니다. ‘길드워2’를 선보인 엔씨소프트는 전작에 열광했던 유저들로부터 의견을 청취하느라 분주했습니다. 한껏 기대치가 높아진 팬들의 목소리야말로 흥행을 담보한다 판단에서입니다.
아직 유럽 게임시장에서 온라인 게임은 걸음마 단계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유럽 콘솔 게임시장은 269억 1000만달러에 달합니다. 반면 온라인 게임은 1/10 수준인 29억 7600만달러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성장세만큼은 여타 부문에 비해 월등해, 오는 2015년이 되면 60억 달러선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게임스컴’에 출품한 대작으로 촉발된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 서먹함을 해소하는 행동)이 한국 온라인 게임을 친숙하게 바라보는 촉매제가 되길 고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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