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토크] 김인권, "주연·스태프에 비하면 제 고생은 애교죠"

'겸손의 미학'아는 배우… 모든 공 주변인에 돌려
짬뽕 국물 뒤집어쓰고 오토바이서 넘어지며 열연
5시간 넘게 걸리는 후시녹음을 10번 이상 하기도
배우 김인권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조연배우로는 명품이다. 하지만 주연으로서도 전혀 손색없는 리더십을 보유하고 있다.

배우 김인권은 지난해 개봉한 영화 ‘방가?방가!’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주연에 도전했다. 취업을 위해 네팔 노동자 행세를 하는 주인공을 연기해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다. 흡사 찰리 채플린이 보여준 웃음과 감동을 한 몸에 지닌 배우로서 진가를 발휘했다. 한 번쯤 주연을 겪어봐서였을까. 100억 대작 블록버스터 ‘퀵’에서도 주연들 못지 않은 미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퀵서비스맨 주인공 한기수와 과거 연인이었던 인기 걸그룹 멤버 아롬이 알 수 없는 배후세력에 의해 폭탄을 배달하게 된다는 내용의 이번 작품에서 김인권은 이들과 함께 과거 폭주족으로 생활했던 김명식 역을 맡았다. 김명식은 과거 춘심이란 이름의 아롬을 짝사랑했던 폭주족으로 현재는 교통경찰이다. 두 사람을 쫓기 위해 과거 자신과 함께했던 폭주족들까지 동원하는 활약(?)을 펼친다.

“극장 가면 난리에요. 무대인사 차 가면 재밌다고들 많이 말씀해주세요. 관객들요? 여성분들이 특히 반응이 좋던데요. 고등학생들도요. 지금 트위터를 하고 있는데 정말 재밌게들 즐기고 계신 것 같아요.”

배우 김인권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이번 작품에서도 김인권은 갖가지 예의 몸 연기를 보여줘 관객들의 웃음을 책임진다. 짬뽕 국물을 뒤집어쓰는 신부터 오토바이에서 넘어지고 도로 한복판에서 헬멧을 쓴 채 끌려다니기도 한다. 하지만, 김인권은 역시 자신의 고생을 강조하지 않았다. 오히려 함께 한 스태프나 주연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언제나 스스로 가치를 극대화하는 겸손함의 미학에 가까운 태도였다.

“물론 ‘퀵’은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의 고생이 컸던 작품이죠. 하지만, 저는 솔직히 거저 먹은 게 있어요. 진짜 선수(스턴트맨)들이 다 해줬으니까요. 저야 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촬영 일정에 문제가 생기니까요. 그래도 강예원씨나 이민기씨뿐만 아니라 다른 출연진과 스태프들의 고생이 제일 컸던 것 같아요. 그에 비하면 제 짬뽕 국물 신은 애교나 다름없죠.”

여기에 작품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어봤을 때 김인권도 다른 배우들처럼 ‘이게 과연 가능한가’라는 의구심이 들었다고 한다. 엄청난 액션 장면들을 도저히 스크린에 옮길 수 있을지 엄두가 안날 정도였던 것. 하지만, 이후 완벽주의에 가까운 제작진의 노고를 누구보다 칭찬을 많이 하기도 했다.

“시나리오 보고 ‘되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차라리 애니메이션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심지어 글이라고 너무 쉽게 쓴 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어요. 박수진 작가님과 조범구 감독님이 고교 동창이에요. ‘뚝방전설’도 두 사람 캐릭터라고 하더라고요. 친구가 쓴 걸 찍어낸 대단한 콤비란 생각이 나중에야 들었죠. 언론 시사회 후에도 2000만원 들여서 믹싱 작업을 또 새로 하시더라고요. 후시녹음을 10번 이상 갔어요. 한 번 갈 때마다 5시간 이상 시달려서 촬영보다 후시가 더 힘들었을 정도였죠. 그래도 그 열정은 존경할 만하죠.”

현재 ‘퀵’은 흥행에도 성공했다. 영화는 공동작업이니만큼 모두에게 공이 돌아가게 마련이다. 하지만 김인권만큼 주연과 조연을 가리지 않고 필수불가결한 연기자는 없을 듯하다. 현재 김인권은 새 영화 ‘타워’ 촬영에 한창이고 끝나자마자 ‘구국의 강철대오’란 작품에서 주연으로 내정돼 있다. 스스로 여러 역할을 통해 자신을 키워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다는 인사를 남긴 김인권은 그렇게 자신만의 명품 연기를 갈고 닦고 있었다.

글 한준호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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