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넥센과 한화의 경기가 열릴 예정이던 목동구장. 오후 들어 심상치 않은 먹구름이 끼기 시작하더니 이내 장대비가 쏟아 붓기 시작했다. 홈팀 넥센 선수들은 배팅 연습을 시작하려다 쏟아지는 빗줄기에 결국 연습을 포기했다. 그리고 거기서 끝이었다.
목동구장은 실내 연습장이 없다. 웨이트 훈련만 할 수 있는 시설만 갖춰져 있다. 비가 많이 내릴 때는 전술 훈련은 고사하고 간단한 타격 훈련이나 연습 피칭도 할 수 없다. 김시진 넥센 감독은 “내년쯤이면 외야 쪽 펜스를 더 올려서 공간을 확보한다고 들었다. 그곳에 실내 연습장이 생길 것 같기도 하다”며 희망적으로 얘기했지만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실외 연습이 불가능한 상황이 닥치면 넥센 선수들은 목동구장 2층으로 올라간다. 비교적 넓은 축에 속하는 2층 편의점 앞 공간에서 배트를 휘두르고 1,3루쪽 관중석이 연결되는 통로에서 러닝 훈련을 한다. 대한민국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프로야구 구장의 현실이다. 넥센 주장 강병식은 “솔직히 비가 오면 답이 없다. 감독님도 속이 타시겠지만 연습을 못하는 우리는 컨디션 조절하기가 힘들다”고 털어놨다.
원정팀도 속수무책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날 원정팀인 한화는 비가 퍼붓기 시작한 오후 4시쯤 목동구장에 도착했다. 짐을 풀어 놓은 선수들은 1루 더그아웃에 앉아 비가 그치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이 모습을 지켜본 한대화 한화 감독은 “경기가 우천 취소 되는 것은 그렇다고 쳐도 프로선수라면 연습을 해야 한다. 명색히 프로구단이 사용하는 곳인데 연습할 곳 하나 없는게 현실”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대전구장은 그나마 비닐로 덮혀 있는 장소가 있어서 투수들이 캐치볼을 할 수 있다. 야수들도 실내에서 훈련할 곳이 작게나마 마련돼 있다. 그거라도 있는게 어디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목동구장은 지난 12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평가한 쾌적한 관람환경에서 수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정작 선수들을 위한 환경에서는 ‘빵점’구장인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목동=유병민 기자 yuball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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