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님이라는 글자에 점하나 찍으면 남이 되듯이 하루아침에 남남이 될 수도 있어서 무촌이다. 남편이란 남의 편이란 말도 되듯이 부인 입장에서 보면 어느 때는 남만도 못한 사이가 될 때도 있다. 사안에 따라 무촌도 되고 남의 편이 되기도 하니 서로 노력으로 이끌어 가야 하는 것이 부부의 연이다.
지난 가을 출입문 옆 화단에 국화꽃이 탐스럽게 피고 가로수에 매달려 우는 쓰르라미 매미 소리가 마지막 가는 계절의 문턱을 새삼 느끼게 하는 어느 날 40대 중반에 P여인이 상담을 왔다. “원장님, 저희 부부가 백년해로할 수 있습니까.” 하면서 궁합을 봐 달라고 한다. 궁합은 결혼하기 전에 보는 것인데 40이 넘은 이제 와서 궁합을 꺼내니 문제가 생긴 것이 틀림없다. P여인은 말띠 생에 갑목 사주가 년 월 일주에 식상(내가 생해주는 오행)이 많고 부부궁이 인신충(沖:때려 맞는 것 같은 흉함)을 당하고 있는데 또다시 태어난 시지에 원진살(원수지듯 지내는 흉함)이 자리를 하고 있다. 남편은 용띠 생인데 무토 사주가 지지(사주뿌리)에 신자진 수국(물로 무리를 이룬 것)을 이루고 있다. 신약한 사주가 무토(土)일간이 재성이 국을 이뤄서 재생관 하여 관이 자신을 치게 되어 못 견디게 허약해 져 있으며 대운에서도 흉액을 맞고 세운마저 도움이 안 되게 괴로우니 이혼을 했으면 벌써 했을 것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부부의 일지가 서로 충을 하고 있었다. 궁합도 안 보고 결혼을 했길래 이런 사주가 부부가 된 것이지 봤더라면 절대로 결혼을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백년해로할 정도로 좋은 궁합이 아닙니다만 이혼을 하고 재혼을 해도 별로 나아질 것은 없으니 서로 노력하면서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부부화합 부적을 써드릴 테니 몸에 간직하고 남편의 베개 속에도 넣도록 하세요!”
P여인은 조그만 수입품점 가게를 하고 남편은 회사 다니다가 구조 조정을 당해서 나와 가지고 이것저것 남의 일을 봐주면서 벌이가 신통치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인데 소위 ‘돈 못 버는 남자 인격도 없다’는 식이 되어 남편 자체를 가장으로, 남편으로 여기지를 않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살닿는 것도 싫어 각방을 쓰고 있으며 그렇다고 밖에 나가서 바람을 피우는 것도 아니다. 남편도 마찬가지. 돈 없는 남자에게 어느 여자가 따르겠는가. 홀로 외로운 처지다.
가정의 화목을 위해서는 부부가 같이 책임이 있고 노력을 해야 하는데 이야기를 들어 보니 P 여인은 남편 못된 것만 눈에 띄고 불만을 내쏟는 식이다. 이성적이 아닌 감정싸움이다. ‘남편이 설거지를 제대로 안 한다’ ‘진공청소기가 고장이다’ ‘화장실에 머리카락이 있다’ 이런 경우 “이런 식으로 설거지를 하려면 그만둬라”라고 하고 진공청소 접촉 불량으로 자꾸 끊어지면 투덜거리면서 ‘투닥투닥’ 청소기를 거실 바닥에 화를 낸다. 이럴 때도 고장이 났으면 고장 났으니 고쳐야겠다고 남편에게 이야기를 하면 될 것인데 그렇게 안 한다. 화장실에 머리카락이 떨어진 것이 보이면 화장실에 머리카락이 있다고 하면 되는데 “만날 이야기를 해도 안 한다”식의 불만을 내뱉으니 말만하면 다투는 부부가 되어 있다. 모든 것을 남의 탓, 남편 탓을 하는 불행을 자초하는 P 여인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가정은 어느 한쪽만의 책임이 아니다.
김상회 역학연구원장 www.saju4000.com 02)533-8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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