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의 대기업 과장급 싱글녀 A양은 얼마전 연휴기간을 이용해 뉴욕에 다녀왔다.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레스토랑 방문. 그녀는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 나왔던 브런치 레스토랑과 컵 케이크 가게를 섭렵하는 것으로 일정의 대부분을 보냈다. 그녀가 목표로 삼은 다음 목적지는 유럽. 디저트 초강국 프랑스를 비롯한 독일,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 베네룩스 3국과 오스트리아, 스위스는 초콜릿과 케이크, 마카롱 등 온갖 '달다구리'(케익, 빵, 쿠키 등 달콤한 디저트의 애칭)들의 천국으로 꼽힌다. 유럽의 과자 문화는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았다. 거기에 낙농업이 발달한 스위스와 고급스러운 귀족문화가 면면히 이어지던 오스트리아도 빼놓을 수 없다. 유럽 각국 도시 풍경이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많은 차이점이 있는 것처럼 디저트 역시 나라별로 달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고 SNS를 통해 자랑할 수 있는 화려한 사진도 덤으로 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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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들렌 광장에 있는 파리의 대표적인 고급 식료품점 포숑. |
초콜릿은 마야, 아즈텍 문명과 함께 시작됐다. 그러다 1502년 콜럼버스가 카카오 열매를 선물 받으며 유럽에 처음으로 전해졌고 프랑스에 초콜릿이 들어온 것은 1615년 루이 13세가 스페인의 펠리페 3세의 딸 안도트리슈와 결혼한 이후다. 유럽의 초콜릿 강국으로는 원조인 스위스와 귀족문화가 발달했던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이탈리아, 벨기에, 프랑스 정도를 꼽을 수 있다. 그중 ‘BIG 3’는 스위스, 벨기에, 프랑스다. 스위스 초콜릿이 부드러운 맛을 중요시하고 벨기에 초콜릿이 진한 맛을 강조한다면 프랑스 초콜릿은 화려함을 뽐낸다.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의 그랑팔라스 광장은 시청과 박물관 등 오래된 건물이 모여 있고 유명한 오줌싸게 동상 역시 이 부근에 있어 관광객들이 온종일 북적이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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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기에 브뤼셀의 초콜릿 매장 앞에는 거대한 초콜릿 코끼리가 있다. |
브뤼셀을 떠나 아기자기한 도시국가 룩셈브르크를 거쳐 파리에 도착하면 초콜릿의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파리는 브뤼셀보다 훨씬 큰 도시라서 초콜릿 매장 순례를 하려면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오페라와 마들렌 광장 부근 고급 식료품점 포숑, 에디아르, 달로와요 3곳은 반드시 들러봐야 하는 명소. 파리의 초콜릿 가게들은 벨기에의 초콜릿에 비해 현란한 컬러와 화려한 디자인의 제품들이 많다.
몽마르트 언덕 초입에 있는 크리스토프 루셀 매장도 가볼 만 하다. 절제된 디자인의 시크한 초콜릿들을 주문하면 말끔한 슈트를 차려입은 잘생긴 점원이 실크 장갑을 끼고 세심하게 포장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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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품매장 분위기의 파리 초콜릿 가게 '크리스토프 루셀'. |
아몬드, 설탕, 달걀 흰자를 기본재료로 한 마카롱은 겉은 바삭하고 속살은 촉촉한 그 맛으로 순식간에 국내 과자계를 평정한 아이템이다. 마카롱은 곁들이는 재료와 속살의 크림에 따라서 오만가지 컬러와 맛으로 변신한다. 유럽 귀족들의 전유물이던 마카롱은 서울에서도 흔해졌지만 본고장의 맛은 역시 다르다.
2개의 마카롱 사이에 크림을 발라 최근의 형태를 만들어 낸 것은 프랑스 파리의 ‘라 뒤레’가 원조다. 파리 중심가 곳곳에 지점이 있는 이 아름다운 과자점에 가보려면 샹젤리제 거리 루이비통 본점 부근 매장과 오페라 부근 프랭땅 백화점 매장을 추천한다.
고풍스러운 인테리어가 특징인 샹젤리제 매장은 간단한 식사를 같이 파는 레스토랑이 함께 있다. 매장 쇼윈도 앞에서는 전설의 마카롱을 ‘득템’한 기쁨에 젖은 일본인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이곳의 마카롱은 겉은 바삭하며 입 안에 넣으면 스르르 녹아 없어지는 ‘마법의 맛’ 그 자체다. 프랭땅 백화점 여성관 1층에 있는 매장 역시 가볼 만하다.
명품 매장처럼 꾸며진 이곳은 쇼케이스 안에 화려하게 진열된 형형색색 마카롱들이 조명을 받아 보석같이 빛난다. 라 뒤레와 함께 마카롱의 양대 산맥으로는 ‘피에르 에르메’를 꼽는다. 오페라 부근에 있는 매장을 찾아 가니 말쑥한 수트를 차려입은 점원들이 ‘봉쥬르∼’하며 인사를 건넨다. 이곳 마카롱은 라 뒤레에 비해 샌딩한 크림이 더 풍성해 맛이 진한 편이다.
피에르 에르메는 우리나라에 방문하기도 했는데 그의 마카롱이 선보이는 날 신라호텔의 제과점 ‘패스트리 부티크’는 몰려든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피에르 에르메는 신라호텔에 마카롱과 밀폐이유 등의 레시피를 전수해줘 국내에서도 ‘싱크로율 90% 이상’의 맛을 느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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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 초콜릿의 실험적이고 화려한 모습. |
파리에서 케이크가게는 파티세리(Patisserie)라는 간판을 달고 있다. 쇼케이스를 아무리 둘러 봐도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크림 케이크는 찾기 어렵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케이크는 유럽에서 공부했던 일본인 제과장들이 고국으로 돌아가 만들어낸 제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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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페라 부근에 있는 피에르 에르메 매장 내부(왼쪽). 프랑스를 대표하는 과자 마카롱. |
커스터드 크림을 불에 그을려 만든 크렘뷔렐레와 달걀 흰자로 만든 폭신한 머랭에 캐러멜 시럽을 듬뿍 뿌려낸 ‘일 플로탕트’역시 인기 메뉴다. 유럽에서 프랑스와 함께 케이크 강국으로는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꼽는다. 독일의 케이크는 맛이 진하고 시트 자체의 밀도가 높다. 오스트리아는 ‘자허 토르테’라는 걸출한 맛의 초콜릿 케이크가 유명하다.
파리(프랑스)=글·사진 전경우 기자 kwju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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