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원정경기 전에 실시하는 ‘특타(특별타격훈련)’는 프로야구 SK에는 늘상 하는, 결코 ‘특별하지 않은’ 일과가 되어버렸다. 김성근 SK 감독은 타격감이 좋지 않거나 밸런스가 흐트러진 타자 서너 명을 늘 직접 인솔해 경기장 인근의 고등학교 운동장 등지에서 배팅훈련을 시킨 뒤 돌아오곤 했다. 이런 훈련을 정착시킨 SK의 성적이 최근 몇 년간 고공비행을 이어가자 ‘특타’는 이후 다른 구단들에게도 널리 전파됐다. 그런데 최근 김성근 SK 감독은 요즘 ‘특투(특별 투구훈련)’를 새로운 훈련메뉴로 개발했다. 지난 22일 사직 롯데전이 우천취소된 이후 불펜에서 김성근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광현이 무려 221개의 공을 던진데 이어 이번에는 고효준(28)이 ‘특투 대상자’가 돼 진땀을 쏟았다.
고효준은 27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약 한 시간 반 가량 경기장 인근 광주일고 운동장에서 강도 높은 ‘특투’를 소화했다. 훈련장에는 고효준 외에 공을 받아줄 불펜 포수 1명, 그리고 김성근 감독 만이 동행했다. 말 그대로 ‘1대1 특별과외’다. 김성근 감독은 “고효준이 (너무 좋지 않아서) 어떻게 던지는 지 보려고 특투를 실시했다”고 훈련의 이유를 간단하게 말했다. 그러나 고효준이 밝힌 훈련 내용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포수를 앉혀놓고 무려 170개의 공을 전력으로 던졌다는 것.
투구수도 많았을 뿐더러 김 감독이 오로지 자신의 일구일구를 지켜보고 있다는 부담감에 고효준의 체력은 금세 바닥이 났다. 훈련을 마치고 광주구장 SK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고효준은 진이 빠진 듯한 모습이었다.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어깨에 아이싱을 하던 고효준은 “공을 던지고 났더니 구토가 치밀어 올랐다. 숨도 못 쉴만큼 힘들었다”면서도 “그래도 더 나아지기 위한 과정이라 참았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문학 삼성전에서 극도의 밸런스 난조 끝에 3분의1이닝 만에 2피안타 2실점한 뒤 2군으로 강등된 고효준은 여전히 1군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앞으로도 당분간 고효준을 1군 선수단과 함께 데리고 다니며 부활을 위한 특별과외를 계속할 전망이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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