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토크] 영화 '라스트 갓파더' 심형래, "난 태생이 코미디 영원한 '영구' 꿈꾼다"

"상상력 보여주고 싶어 영화 제작
이번을 계기로 코미디 다시 시작
후배들 무대도 만들어주고 싶어"
영화 '라스트 갓파더' 주연배우겸 감독 심형래 사진=김용학 기자 yhkim@sportsworldi.com
꿈과 목표는 다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사회에서 꿈은 살아남기 힘들다. 그래도 목표는 계속 남아서 사람들을 괴롭힌다. 요즘 대중문화에서 ‘꿈보다 목표를 추구’하는 경향은 쉽게 발견된다. 시청률 때문에 코미디가 홀대받고 스타들의 폭로전과 가십이 우대받는 현실이다. 1980년대 코미디언으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 심형래는 꿈을 좇아 영화에 뛰어들었다. 초창기 자신의 대표 코미디 캐릭터 영구를 활용한 영화로 흥행왕좌에 앉았지만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우뢰매’로 어린이 SF영화 시장을 개척했고 ‘티라노의 발톱’ ‘용가리’ ‘디워’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자신의 영화를 만들어왔다.

영화를 향한 꿈을 버리지 않던 심형래 감독이 마침내 영구 캐릭터를 다시 부활시켰다. 자신의 장기인 코미디로 영화를 만들어낸 것. 29일 개봉하는 ‘라스트 갓파더’는 영구가 1950년대 뉴욕 마피아 두목의 숨겨진 아들이라는 설정이다. 할리우드 유명배우들이 출연했고 미국 대표 인기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 집필진이 시나리오를 썼다. 물론, 심형래 감독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했고 그가 직접 출연자 섭외에도 나섰다. 경쟁사회에서 코미디가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더욱 강력한 장점들로 무장한 작품으로 자신의 꿈을 실현했다.

▲ 영화의 시나리오는 직접 쓰지는 않았다고 들었다. 영화가 워낙 글로벌 프로젝트여서 나름 고충이 심했을 것 같다.

“‘디워’ 이후로 제가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프로들에게 넘겨 시나리오를 먼저 만들었죠. 물론, 저는 영화 제작 이야기가 나오던 시점에 뉴욕으로 갔죠. 배경이 될만한 뉴욕의 거리를 취재하고 이를 바탕으로 촬영이 이루어질 LA에 재현해야 했으니까요. 뉴욕의 오래된 건물, 벽돌 같은 것들을 모두 사진에 담았어요. 캐스팅도 미국이 얼마나 시스템이 까다로운지. 특히 하비 케이틀 같은 배우는 연기파다 보니 작품 선정이 정말 까다로워요. 다행히 에이전시를 통해 시나리오를 줬는데 재밌어 했어요. 특히 이제 한국나이로 5살인 아들이 있는데 그 아이를 위해서라도 이 영화를 꼭 해야겠다고 하더라고요. 왜냐하면 이 배우가 지금껏 했던 작품이 어린이가 볼만한 게 하나도 없거든요. 촬영장에도 아들을 데리고 오고 코믹 연기도 처음으로 하더라고요. 저도 놀랐죠.”

▲ 어쨌든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가 엄청난 것 같다. 거의 전 연령층에서 예고편만 공개됐는데 대단하다고 들었다. 대세라는 이야기까지도 나온다.

“지금까지 제가 만든 영화들을 보면 가족들이 다 모여서 봐요. ‘우뢰매’만 해도 그 때 아이를 데리고 극장을 찾은 분들이 이제는 할아버지가 됐고 그 아이는 아버지가 됐어요. 제가 만들 때마다 그렇게 3대가 모여서 영화를 보게 되는 것이니까요. ‘디워’ 개봉했을 때 한 할아버지가 무대인사를 마치고 내려오는 저에게 다가와 볼을 쓰다듬으며 저 때문에 처음으로 온 가족이 모였다고 고마워하신 게 여전히 기억에 남아요. 영화의 힘이란 게 그런 것 같아요. 이번 영화도 예고편만 공개됐는데 하루에 46만명이 그 영상을 봤대요. 대단하죠.”

▲ 코미디언에서 영화 감독으로 전향한 계기가 있었나.

“코미디언 출신 영화 감독이나 제작자들은 여전히 영화에 대한 미련을 못버려요. 왜냐하면 개그맨들이 상상력이 풍부하거든요. 그런데 방송 코미디만으로는 그걸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영화에 도전하는 거죠. 저도 예전에 비행기 타고 외국에 나가면 기내에서 상영해주는 영화에 코미디가 항상 들어있어요. 특히 미스터빈은 전세계 사람들에게 잘 먹혔죠. 코미디라는 게 원초적으로 슬랩스틱이니까요. 전 그랬어요. 국내에서 암만 인기있으면 뭐해. 그래서 한 번 도전해보자. 그래서 시작했죠. 후배들에게도 선배가 먼저 해외에 나가서 길을 개척할테니 편하게 따라와라, 이런 생각이었죠.”

▲ 요즘 출연하는 예능프로그램마다 시청률이 고공행진이다. 여전히 인기가 대단한 것 같다. 방송도 복귀할 계획이 있다고 들었다.

“얼마 전에 뉴스 보니까 국내 코미디가 갈수록 열세라고 하더라고요. 우리 같은 선배들 잘못이에요. 얼마 전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아주머니도 꼭 좀 TV에 나와달라고 부탁하셨어요. 요즘 또 얼마나 우울해요. 제가 이번에 코미디 영화로 온가족이 하나로 뭉치고 오랜만에 편하게 웃을 수 있길 바랐을뿐이에요. 그런데 이번 영화를 계기로 코미디를 다시 하려고 해요. 제 태생이 코미디잖아요. 얼마 전 ‘개그콘서트’ 녹화에 나갔다가 4000∼5000명의 관객들 때문에 제가 떠내려가는 줄 알았어요. 많은 분들이 기다리고 있었구나 느꼈죠. 이제는 선배로서 심형래 프로덕션 같은 회사 차려서 개그맨 후배들 키우고 본의 아니게 쉬고 있는 개그맨들에게 무대도 만들어주고 싶어요.”

영화 '라스트 갓파더' 주연배우겸 감독 심형래 사진=김용학 기자 yhkim@sportsworldi.com
▲ 역시 SF보다는 코미디가 어울리는 건가. ‘디워’ 때는 논쟁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영화를 다르게 보는 관점도 있으니까. 제 영화를 쓰레기라고 하신 분들도 있었지만 오히려 격려해주신 분들이 더 많았어요. 논란 때문에 소모적이기만 했죠. 전 평생 꿈을 꿔왔어요. 제 영화들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지만 비교도 안될 만큼 발전했잖아요. 사실 코미디란 장르가 원래 욕을 많이 먹어요. 저질이라고요. 하지만 고충이 있어요. 배삼룡 선배님 돌아가실 무렵 누가 인터뷰를 했는데 그 때 선배님을 ‘남들 웃기면 참 행복할 것 같은데 직접 인터뷰를 해보니 눈동자가 슬퍼보인다’고 묘사한 글을 봤어요. 얼마나 노력을 많이 기울여야 하는데요.

▲ 정말 평생 꿈을 꾸며 살아오신 것 같다. 차기작은 준비됐나.

“‘추억의 붕어빵’이라는 3D애니메이션을 준비 중이에요. 전 사실 그래요. 임팩트가 강한 영화들은 엄청난 대작들이 아니에요. ‘사운드 오브 뮤직’ ‘싱잉 인더 레인’ 같은 작품들은 잔잔하면서도 머리에 오래 남잖아요. 그게 임팩트 있는 거죠. 이번 작품도 그렇고 퀄리티에 신경을 쓰면서 나만의 상상력을 담았아요. 요즘 정말 삭막하잖아요. 책가방이 반 학생 절반도 없고 한끼만 먹던 학생들이 많던 과거 이야기에요. 그 때 오히려 나눠먹고 서로를 아껴줬는데 지금은 안 그렇잖아요. ‘추억의 붕어빵’은 바로 그러한 삭막함을 없앨 만한 작품이에요.”

글 한준호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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