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토크] 배용준 "내 현재에 대한 고민…방황 했었다"

배용준과 다시 만났다. 장소는 지난해 ‘한국에서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 이후 다시 공연한 일본 도쿄돔이다. 이번에는 자선행사, 아시아의 불우한 아이들의 미소를 찾아주자는 ‘미소 프로젝트’ 공연이었다. 14일 공연을 모두 마친 후 배용준과 무대 밑 대기실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배용준은 피곤한 모습이었지만 역시 적극적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적절히 농담도 덧붙였지만 표정은 어두웠다. 스스로를 향한 깊은 고민의 흔적이 엿보였다.

배용준. 키이스트 제공
-이번 자선행사의 진심이 잘 전달될까
.

 “항상 진심이면 통한다고 생각한다. 보여주기 위한 행사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래도 마음 자체가 진심이니 통할 것이다.”

 -당신을 바라보고 있는 수 만 명 팬들을 바라보는 기분은 어떤가.

 “눈가가 따뜻해진다. 울었다고는 하지 마라.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보다는 따뜻한 마음을 느끼고 그것을 표현한 것이다.”

 -김현중과 한 무대에 선 기분은.

 “정말 열정이 많은 친구다. 순수하다. 내가 현중이한테 자극과 힘을 얻는 부분도 있다. 현중이의 꿈과 열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내 안의 열정도 살아났다. (김현중은) 바람직한 청년이다.”

 -김현중과 배용준을 비교도 많이 한다.

 “감사한 일이다. 예전에 ‘태왕사신기’ 드라마 할 때 내 안경 안 쓴 모습이 김현중과 비슷하다는 반응을 봤다. 기분이 무척 좋았었다.”

 -얼마 전 집을 구입하면서 결혼설이 불거져 나왔다.

 “그래서 행사 마지막에 일부러 얘기한 것이다.(배용준은 도쿄돔 행사에서 결혼할 여자가 생기면 가장 먼저 가족들에게 인사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내가 외부활동을 많이 하지 않다보니 여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다. 결혼할 때가 됐나보다. 주변에서 관심이 많다.”

-결혼에 대한 이런저런 소문이 많다.

“정말로 그런 일이 있다면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것이다”

 -‘드림하이’ 촬영은 어떤가.

 “다시 배우로 돌아간 느낌이다. 현장분위기가 좋다. 다들 의욕적으로 하고 있다. 나도 오랜만에 신인의 자세로 열심히 하고 있다. 이 드라마를 하게 된 계기가, 박진영씨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내 꿈이 비슷했다. 그래서 만나게 됐다.” 

 -‘드림하이’를 생각한 배용준의 꿈에 대해서 더 이야기해 달라.

 “내가 전문적인 배우 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교육에 대한 갈망이 있다. 엔터테이너를 만드는 예술학교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을 실제 만드는 것이 꿈인데, 그런 이야기를 하던 중에 드라마로 만들자고 한 것이다. 아이들 교육과 환경은 가장 관심 있는 분야다.”

  -요즘 한국 걸그룹들이 일본에서 신 한류를 일으킨다고 한다. 원조 한류스타로 느낌이 어떤가.

 “정말 내가 일본 처음 왔을 때부터 기자들에게 했던 말이 한류라는 표현보다는 아시아를 아우르는 아시아류라는 표현을 써달라는 것이었다. 아시아를 하나의 시장으로 보면 더 큰 시장이 될 것이다. 드라마 ‘도망자’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도망자’를 열심히 봤나.

 “우리 소속사 이나영이 나오지 않나. 이나영은 드라마 ‘우리 정말 사랑했을까’에서 내 동생 역할을 한 적이 있다. 이나영과 친하다.”

 -둘이 사귄다는 소문도 있었는데?

 “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희한하다.” 

 -배용준의 작품을 기다리는 팬이 많다.

 “매니저한테 말을 해 달라. 어떤 것이든 작품을 하고 싶다. 영화도 좋고 드라마도 좋다.”

 -배용준은 완벽주의자 같다.

 “완벽하지 않다. 작품에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그런데 감독님들이 그런 역할이 잘 안 떠오르나보다.”

 -요즘 들어 무언가 포지셔닝의 변화가 있어 보인다.

 “무언가 억지로 만들어가는 건 아니고 시간의 흐름에 나를 맡긴다. 방황을 한 것은 분명하다. 아~ 이야기가 깊어진다. 요즘 마음이 허해서 공허한 상태로 있었다. 그렇다고 너무 심각하다고 기사를 쓰지는 말아 달라.”

 -혹시 우울증이 있나.

 “모두 우울증이 있지 않나. 내가 아직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을 못 찾았다. 집에만 많이 있다 보니 답답하다. 땅을 밟고 싶어서 시골로 이사 가고 싶었는데 매니저들이 말렸다. 내가 정말 농사를 지을 줄 알았나보다. 

 -성북동에 집을 장만한 이유는. 정착의 의미도 있나?

 “예전에는 집의 필요성을 못 느꼈다. 그래서 전세를 살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자주 집 보러 와서 불편하다. 전세금도 올려달라고 하고.(웃음) 특별한 의미는 없다. 닫힌 공간, 위에서 살았다. 땅을 밟고 싶었다.”

 -혹시 걸그룹도 좋아하나.

 “그럼 나이든 삼촌 팬이 되나.(웃음) 잘 몰랐는데 ‘드림하이’ 드라마 준비하면서 많이 보게 됐다. 다들 예쁘더라. 귀엽고.”

 -배용준은 왜 무대에서 노래를 안 부르나.

 “못하니까 안하는 것이다. 노래를 연습해봐야겠다고 집에 노래방 기게까지도 설치했다. 그런데 밖에서 친구와 맥주 마시고 노래하면 나름대로 괜찮은데 집에서 혼자 부르면 영 아니더라. 그래도 많이 시도해보고 있다. 내가 가수는 아니지만 언젠가 한번 무대에서 노래해보고 싶다. 내 감정을 노래로 전달해주고 싶다. 현중이가 춤도 가르쳐준다고 했다. 언젠가 나도 무대에서 춤을 출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런데 부끄러워서 잘 안 된다. 가수들, 춤을 추는 사람들은 어깨 위에 손을 올리는 동작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우리는 평상시에 잘 안 된다. 춤을 추면 동작들이 좀 더 자연스러워지지 않을까.”

  -공연에서 박용하를 추모하는 시간이 있었다.

 “박용하는 ‘겨울연가’에서 같이 나왔던 동생이다. (잠시 말문을 멈추고 한참 생각한 후) 참 이야기할 것이 많은데.......”

 -표정이 어둡다.

 “고민이 많았다.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내 현재에 대한 고민이다. 가족 분들이 걱정할 것 같다. 예전 인터뷰에서 불면증을 이야기 했을 때도 너무나 걱정해주셨다. 불면증, 우울증, 누구나 살면서 겪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거쳐 가는 일이다.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하는가가 문제다. 잘 극복할 것이다.”

 -앞으로 가족사진 프로젝트를 한다.

 “시간이 흘러간다. 그 순간을 기록하고 싶다. 가족사진이 없다는 것이 참 아쉬웠다. 더 시간이 가기 전에 남기면 좋을 것 같다. 내가 앞으로 10년 20년 더 일 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연기를 그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준비하는 것이다.”

도쿄=김용호 기자 cassel@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