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 풍경소리] 5대조부 바람기 업보까지 후손이 입을 수 있어

옛말에 “잘되면 자기 탓이요 못되면 조상탓”이라는 말이 있다. 자기 잘못을 남에게 전가하는 것을 말하는데 조상을 들먹인 것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다. 조상의 업보를 자손이 받는 것에 대해서는 공업이라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나는 잘못이 없는데 조상의 업보를 받았다고 생각하면 억울하지만, 그것을 바꿔서 나는 잘못이 없는데 내 자식이 잘못해서 나까지도 피해를 입게 될 때가 있다고 생각을 해면 조상의 업보를 그 후대의 자손이 받는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비가 몹시 내리던 지난 여름 어느 날 40대 초반의 중년 남자 P씨가 상담을 왔는데 결혼생활 10년째 부인이 아이가 없다. 여러가지 의학적인 시술을 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다. 사주를 보니 관살(나를 극하는 오행)이 태왕한데 조상 궁에 묘(卯)도화가 있고 자손 궁에 공망살이 있다. 5대조부의 바람기가 심한 결과 조모가 탕화살(약물중독이나 화상을 입는 흉함)이 되는 운에 약을 먹고 세상을 떠난 한이 자식 대에 와서 무자식 팔자로 나타난 것이다.

사람이 한 평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업보란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 태어나고 생활하면서 사람을 만나고, 일을 하고, 희로애락과 백팔번뇌를 겪다가 죽는 것이 모두 업보에 따른 영향이 많다. 불교에서는 인간의 그런 의지적 작용을 업(業)이라고 부르고, 이에 대한 대상의 필연적 반응을 보(報)라고 부른다. 인과업보(因果業報)라든가, 인과응보(業因應報)라는 말은 이렇게 해서 성립하게 됐다. 의도적 작용이 원인이 되어 그것의 필연적 반응이 결과로서 나타난 것이다.

선행을 하면 즐거워지고 악업을 행하면 고통이 따른다. “씨를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 ‘업’이란 것은 내가 태어나지도 않았을 때부터 전생을 거치며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서 적당한 시기가 오면 전생에 지어진 업의 원인에 따라 현세에 결과로 나타난다.

P씨는 조상의 잘못된 업보를 받아 고통을 당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업보는 자신의 밖에서 생기는 것보다는 자신의 안에서 생기는 인과가 더 크다. 어떤 사람이 홧김에 지나가는 개의 배를 구둣발로 찼다. 새끼를 밴 개의 배를 찼으니 뱃속의 새끼가 죽었다. 죽은 새끼는 세상에 태어나지도 못하고 죽은 한이 다음 생에 개새끼는 소로 태어났고 사람은 개구리로 태어났는데 소가 그 개구리를 밟아 죽였다. 또 다시 다음 생에 개구리는 백로로 태어나고 소는 물고기로 태어났는데 백로가 그 물고기를 잡아먹었다. 이런 식으로 원한이 품어지면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에 윤회와 업보에 의해 죽고 죽이는 것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러한 업보에 의한 것은 원한뿐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적용이 된다. 전생에 자기가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현세에서 이상하게 그 사람에게 끌리는 감정이 생기는 것이다. 복잡한 전철에서나 일터에서 만나는 사람 중에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는데 말이 통하고 마음이 잘 맞고 호감이 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접근하는 것이 싫고 그 사람과 일을 하면 사고가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전생에 그 사람과의 인연에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좋은 인연이 되려면 좋은 업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주인공은 나 자신이다. 남에 가슴을 아프게 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지옥과 천국이 따로 없고 현실이 지옥이고 천국이다.

김상회 역학연구원장 www.saju4000.com, 02)533-8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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