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는 화려한 스타들의 뒤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내고 있는 조연배우를 비롯해서 감독, 작가, 프로듀서 등 스태프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입니다. 새로운 코너 ‘충무로 열전’은 한국 영화계에서 든든한 ‘허리’역할을 해주고 있는 그들의 진솔한 인터뷰를 담아냅니다.
이 배우에 대해 궁금함을 참지 못했다. 많이 보던 얼굴이지만 한 작품에서 이토록 인상을 길게 남길 수 있음에도 왜 지금까지 주목을 받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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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층의 악당'속 송실장 역을 연기한 배우 오재균의 모습. |
올해 배우 송새벽도 마찬가지였다. 영화 ‘방자전’에서 변태적 기질의 변학도 역으로 출연하면서 단번에 스타덤에 오른 송새벽처럼 이 배우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개봉한 영화 ‘이층의 악당’에서 조폭 두목이지만 재벌2세 뒷바라지를 하며 큰 회사에 들어가고자 애쓰는 송실장 역을 연기한 배우 오재균이다.
역시 이 작품에서 보여준 남다른 연기 내공은 10년간 연극판에서 쌓아왔다. 단국대 천안캠퍼스에 입학했다가 우연히 연습 장면을 목격한 동아리 단국대극예술연구회를 통해 시작한 연극이 그의 인생이 됐다. 배우 안석환, 김뢰하 등이 그의 동아리 선배이기도 하다. 1998년 상경해 대학로 연극판에 뛰어들어 창작극 ‘이 풍진 세상의 노래’에 단역으로 내정됐다가 덜컥 주연배우로 바뀌면서 운명처럼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됐다. 하지만 연극배우로 살아가기에는 삶이 쪼들릴 수밖에 없었다. 결혼 후에는 생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영화에도 출연을 시작했지만 좀처럼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연극 10년을 했지만 가장이다보니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해야 했죠. 그래서 한 3년을 쉬었어요. 사실 처음 대학로에서 연극을 시작하고 동시에 주연이 되면서 그 때는 인생이 확달라질 줄 알았죠. 허허허… 생계 유지하면서도 사실 마음은 항상 연기에 가있었죠.”
영화 ‘음란서생’ 단역으로 시작한 스크린에서도 오재균은 통편집이 되거나 아주 짧은 장면 외에는 등장하기 어려웠다. 운이 안따라준 셈이다. 그러다 동갑내기 손재곤 감독의 눈에 들었다. 오재균의 무대를 눈여겨 본 손재곤 감독은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을 연출한 흥행의 귀재. 차기작인 ‘이층의 악당’ 크랭크 인 딱 한 달 전에 술자리로 찾아왔다. 술잔이 오가는 사이에도 전혀 이야기가 없다가 술자리를 파할 무렵 시나리오를 주면서 송실장 역을 읽어보라는 딱 한 마디만 남기고 총총히 사라졌다.
“참 신중한 분이에요. 그렇게 가시면서 대본을 주시는데 전 고마웠죠. 송실장은 첫 지문에 ‘작은 키에 다부진 체격, 날카로운 눈매의 송실장이 서 있다’라고 나와있더라고요. 그런데 대본에 계속 나오는 거예요. 촬영 들어가고나서 안 사실인데 이미 1년 전부터 감독님은 저를 염두에 두시고 계셨다고 하더라고요. 아무튼 동갑내기지만 존경하는 감독님이세요.”
영화는 재벌 2세의 청탁을 받고 문화재 밀수 및 밀거래꾼인 창인이 명나라 찻잔을 훔치기 위해 이층집에 세든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재벌 2세에게는 가깝게 두고 아끼는 조폭 출신 송실장이란 인물이 있고 일이 여의치 않게 돌아가자 재벌 2세는 송실장을 시켜 힘으로 이 보물을 구하려고 한다. 창인은 딸과 단둘이 사는 이층집 여주인을 유혹하면서까지 애쓰는데 무식한 송실장 때문에 자신의 일이 방해를 받자 대놓고 송실장을 무시한다. 오재균은 ‘음란서생’ 때 이미 한석규와 함께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음란서생’ 때 처음 조연으로 합류했는데 웬걸요. 한석규 선배님은 정말 존경하지 않을 수 없어요. 저같은 까마득한 후배의 이름을 꼭 기억해주시더라고요. 스태프들과 함께 식사하러 나서렬 때면 저를 따로 불러 함께 고기 먹으러 가자고 챙겨주시고요. 이번 작품에서도 단번에 절 알아봐주셨어요.”
연기 내공 이상으로 자신의 배역을 흥미롭게 풀어놓는 오재균의 말솜씨도 놀라웠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속으로 연신 ‘역시!’를 외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캐릭터는 물론,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과 캐릭터를 철저히 분석하고 있었다. “가늘고 길게 가야겠죠. 굵고 길게 가면 더 좋고요”라고 허허 웃는 오재균의 모습에서 진짜 배우의 모습을 오랜만에 절절히 느낄 수 있었다.
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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