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해운대’ 이후 1년여만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백수로 지내다가 취업을 위해 부탄 노동자 방가로 변신하는 방태식 역을 맡았다. 부탄사람과 비슷하지는 않은 것 같다. 어떻게 출연을 결정하게 됐나
▲일단 시나리오를 메일로 받아보고 너무나 재미있어서 이 역할 하고 싶다는 뜻을 감독님께 전했다. 그런데 바로 만나자고 하시더라. 솔직히 만나보자는 이야기가 나올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게 만나서 결정을 했다. 사실 내가 부탄사람 같지는 않다는 것을 인정한다. 노력은 했다. 선텐도 하면서 검게 보이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외국인 노동자나 현재의 청년실업에 대해 평소에 얼마나 생각해봤는지 궁금하다
▲신문에서 난 것 이상으로는 따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에 와있는 외국인 노동자와 국제결혼을 통해 살고 있는 베트남이나 필리핀 여성들 정도가 다였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감동을 많이 받았다. 정말 우리 영화처럼 코미디로 풀어내기가 참 어려운 소재기 때문이다. 대본 리딩을 할 때는 울컥하는 부분이 있어서 리딩할 때마다 힘들기도 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출입국사무소에 불려가 자신들의 처지를 말하는 부분이었는데 참 슬프게 느껴졌다. 청년 실업에 대해서는 내가 34세다. IMF를 겪어서 어느 정도는 안다.
-IMF 시절을 어떻게 보냈나
▲학창시절에 학비나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었다. 김밥 배달부터 산타클로스까지 이것저것 다해봤다. IMF 때는 연출부 오디션에 합격해 ‘송어’란 영화에 참여했다. 그런데 IMF가 터지면서 영화가 엎어졌다. 그러다 군 입대를 결정할 시기가 다가올 때쯤 영화 촬영이 재개됐다. 연출부 생활 8∼9개월에 당시 박종원 감독님이 저를 단역으로 발탁해주셔서 연기자로 데뷔하게 됐다. 정말 지금 생각해도 고마우신 분이다.
-어쨌든 이번 작품으로 첫 주연을 맡게 됐다. 많이 듣는 질문일텐데 소감이 어떤가
▲아직 영화를 못봤는데 무척 궁금하다. 처음 촬영에 들어가서는 최선을 다하면서 찍었다. 감독님도 워낙 내가 존경하시는 분이어서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고 스태프들도 다들 최고였다. 아무튼 이 영화는 충무로의 의리 하나로 모든 사람들이 뭉친 작품이다. 그런데 이제 본격적으로 개봉을 앞두고 홍보에 나서니 어리둥절하다. 확실히 예전에는 기자분들 만나도 나보다는 주연배우나 스타들에게 집중되던 관심이 나에게 쏠리니까.
-함께 출연한 배우들은 어땠나. 김정태나 신현빈이 함께 주연급으로 출연했다
▲김정태 선배님이야 제가 맡은 방가 역을 해도 됐을 만큼 코미디의 감이 뛰어난 연기자다. 내가 현장에서 선배님 덕분에 웃겨서 연기를 못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신현빈씨는 원래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한 신인 연기자인데 그야말로 ‘신인이라 얕보았다간 큰 코 다칠’ 배우였다. 가능성이 남달라 보였다.
-지금까지의 작품들을 보면 코믹한 조연으로 활약한 것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이번에도 코믹한 주연인데 코믹 연기는 원래부터 염두에 두고 배우 생활을 시작했나
▲어려서부터 교회에서 연극을 하면 항상 남을 웃기는 역할을 했다. 그 만큼 남을 웃기는 게 좋았다. 또 제가 여러 캐릭터를 했는데 유독 코믹하게 나온 작품들이 흥행에 성공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저를 코믹 연기자로 봐주시는 것 같다.
-앞으로 연기자로서 되고 싶은 어떤 목표가 있나
▲글쎄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작품이 없을 때는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 구두 수선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도 내 삶이 특별하지 않은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작품 활동 안할 때면 그저 육아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웃음)
글 한준호, 사진 김두홍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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