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에이스 류현진(23)의 연속경기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행진이 결국 멈춰서고 말았다. 우익수의 실책성 수비와 홈런 한 방에 ‘시즌 전경기 퀄리티스타트’에 도전하려던 류현진의 야망도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더불어 한 시즌 연속 퀄리티스타트와 연속경기 퀄리티스타트도 각각 ‘23’과 ‘29’에서 막을 내렸다.
류현진은 26일 목동 넥센전에 선발로 나와 30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에 도전했다. 그러나 초반부터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1회말 넥센 선두타자 김민우가 류현진의 초구를 받아쳐 좌전안타를 뽑아냈다. 이어 후속 김일경도 볼카운트 2-0에서 3구째를 밀어쳐 우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때렸다. 몸이 덜 풀린 상황에서 순식간에 무사 2, 3루의 위기에 몰리자 류현진의 표정은 굳어갔다.
하지만 류현진은 올해 이보다 더 큰 위기를 수차례 넘겨왔다. 그래서 무사 2, 3루의 위기라도 큰 긴장감은 들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상황이 벌어졌다. 3번 유한준이 친 평범한 타구가 조명에 가리는 바람에 우익수 이상훈이 타구방향을 놓쳐버린 것. 결국 공은 이상훈의 앞쪽에 떨어졌고, 그 사이 2, 3루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았다. 유한준도 2루에 안착했다. 황당하게 2점을 내준 류현진은 송지만과 오윤을 각각 3루수 앞 땅볼과 삼진으로 잡으며 이닝을 마치는 듯 했다.
그러나 이날 ‘류현진 킬러’로 변신한 강귀태의 벽을 넘지 못했다. 6번 포수로 선발 출전한 강귀태는 볼카운트 2-2에서 류현진의 5구째를 받아쳐 중전 적시타를 기록하며 2루주자 유한준을 홈에 불러들였다. 1회에만 3실점. 그래도 류현진은 역시 노련했다. 2회부터 6회까지 안타를 단 3개만 내주며 무실점으로 넥센 타선을 틀어막으며 스스로 위기를 타개하는 ‘에이스’의 본색을 보인 것. 퀄리티스타트 기록은 그렇게 이어지는 듯 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역시 강귀태가 류현진을 무너트렸다. 7회 선두타자로 나선 강귀태는 류현진의 5구째 몸쪽 직구(시속 143㎞)를 힘껏 받아쳤다. 멀리 날아간 타구는 결국 좌측담장을 넘어갔다. 4자책점 째. 류현진의 세계신기록은 그렇게 중단됐다.
연속기록이 깨지게 된 류현진은 “너무 오래동안 쉬어서 컨디션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동안 퀄리티스타트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는데, 깨지게 돼 오히려 후련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방어율이 올라가서 속상하고, 다시 낮추는 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목동=이원만 기자 wma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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