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이요? 모르겠는데…”
28일 열린 FC서울-수원 삼성은 수원의 3대 사령탑에 선임된 윤성효 감독의 첫 ‘라이벌전’이었다. 1996년 창단멤버로 입단해 트레이너와 코치까지 지낸 ‘수원의 레전드’격 인물이었기에 서울전에 대한 각오도 남다를 것으로 예상됐다. 그가 수원 코치 생활을 마치던 2003년까지 수원은 서울의 전신인 안양LG와 일명 ‘지지대 더비’로 일컬어지는 화끈한 승부를 자주 연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서울전 의미를 묻는 질문에 예상 밖의 대답을 내놓았다.
“라이벌이라 생각 안 해봤는데…”.
이어 그는 서울을 약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해 취재진의 웃음을 샀다. “옛날엔 안양이 우리를 많이 못 이겼지. 서울로 가고 나서 라이벌 이야기 나온 거 아닌가”라며 마치 ‘어디 수원이랑 비교를 하느냐’는 뉘앙스를 내비쳤다. 따지고 보면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윤 감독이 한창 수원에서 선수 생활을 하던 때엔 안양이 중하위권에 불과했고, 그가 현역 생활을 정리하던 2000년부터 현 국가대표팀 사령탑인 조광래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우승을 하는 등 치고 올라왔다. 반면 수원은 1998년 K리그 첫 재패에 이어 1999년 전관왕을 달성하는 등 신흥 강호로 기세가 등등했다.
서울전에 대한 부담도 없단다. 라이벌 의식이 없기 때문인 이유도 있지만 수원은 이제 자신이 두 달 지휘봉을 잡은 ‘설익은’ 팀이기 때문이다. “압박감을 덜 받는다”고 운을 뗀 윤 감독은 “우리팀 플레이가 아직 익지 않았다. 아직도 백패스 많고 수비수가 생각없이 볼을 뻥 내지른다. 그래서 오늘 경기도 다른 팀과 싸울 때처럼 편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세뇰 귀네슈(서울)와 차범근(수원)이 양팀 감독으로 머물던 지난 해 까지 두 팀은 후반 중반 이후 충돌을 자주 빚곤 했다. 이는 ‘귀차대결’의 양념이었다. 하지만 윤 감독은 이를 철저히 단속했다. 그는 “그라운드에 공 차러 나가지, 싸우러 나가는 것 아니다. 페어플레이를 신신당부했다”고 밝혔다.
윤 감독이 만들어가는 ‘상암대첩’의 새 버전 때문에 양팀 팬들은 앞으로 더욱 흥미롭게 됐다.
상암=스포츠월드 김현기 기자 hyunki@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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