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호 기자 연예세상 비틀어보기]'먹튀 논란' 비… 'PD수첩' 책임질까?

지난 19일 MBC ‘뉴스데스크’는 “가수 비가 자신이 소속된 기획사 주식을 모두 처분하면서, 주가는 뚝 떨어지고 투자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비단 이번 사례 뿐 아니라 유명 연예인이나 소속사만을 쫓은 투자는 위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월드스타’라는 비에 대한 대중의 믿음을 만들어준 것이 바로 MBC다. 비는 MBC가 키워주고, MBC가 살려준 스타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2008년 10월 MBC는 ‘MBC스페셜’이라는 제하로 비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다. 방송은 비를 두고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로 영화배우로서 입지를 다졌고, 할리우드 영화 ‘스피드 레이서’로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고 밀어붙였다. 월드투어 무산은 “미국 진출에 한 차례 아픔을 겪었던” 정도로 가볍게 넘겨버렸다.

지난해 10월에는 ‘MBC프라임’이 또 비를 다큐멘터리 주인공으로 삼았다. 비가 영화 ‘닌자 어쌔신’에서 주연을 맡았다는 점, 가요 프로듀서로서 신인을 발굴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비를 신(新)한류의 주역으로 꼽았다. 올해 4월 비가 새 앨범을 내놓았을 때는 특별편성으로 ‘비 컴백 특집쇼’를 독점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앞서 비는 MBC ‘무릎팍도사’에 출연해서 어린 시절 가난했던 경험과 물을 마시려다 바퀴벌레를 먹었던 불우한 사연을 공개하기도 했다. MBC는 ‘비 홍보방송’임을 자처했다.

시사프로그램 ‘PD수첩’조차도 비에게는 위기극복의 수단이었다. 지난 2007년 월드투어가 실패하고 그 과정에서 비와 그의 아버지가 주가조작을 했다는 의혹이 세상에 드러났다. 이 문제를 MBC ‘PD수첩’에 직접 제보했다. 그런데 정작 ‘PD수첩’은 주요 취재를 기자와 함께 하고서도 정작 방송에서는 ‘월드스타의 조건’이라는 타이틀로 비를 감쌌다. 월드투어 무산의 책임을 두고 공연대행사들만 비판했을 뿐 가수 비의 문제점은 숨겼다.

그리고 비의 도쿄돔 공연에 4만 여명이 모였다는 등 화려한 영상들로 비를 부각시켰다. 비 팬클럽 모임 현장을 보여주며 한국이 만든 세계적인 스타를 감싸줘야 한다고 방송을 마무리했다.

‘PD수첩’의 당시 방송내용은 대중에게 비에 대한 믿음을 심어줬다. 이것이 투자자들이 비의 소속사에게 아낌없이 투자하게 한 이유가 됐을 수도 있다. 비를 비판하는 기사의 신뢰성을 추락시키고, ‘어느 비 안티 기자의 망발’ 정도로 만들어버리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당시 비의 문제점을 세상에 확실히 알렸다면, 이번에 일반인 투자 피해자들이 청와대에까지 호소하는 최악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PD수첩’은 뒤늦게 비의 ‘먹튀’에 대해 취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그들이 비를 감쌌던 지난 방송의 잘못을 반성하고 책임 있는 방송을 내보낼 수 있을지 주목한다.

연예문화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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