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김현기 기자 |
16일 새벽 열린 북한-브라질 직후 한 영국 기자가 저에게 던진 질문입니다. 자신을 파이낸셜 타임스에서 일하는 데이비드 리오넬 오웬이라고 소개한 그는 경기 직후 미디어센터 안에 있는 카페테리아에서 저를 본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웬은 “당신이 아까 경기장 안 기자석에서 북한이 찬스를 잡을 때 마다 ‘슛!, 슛!’하면서 소리지르는 것을 봤다. 다른 한국 기자들도 북한이 골 넣기를 바라고 있더라. 솔직히 의아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그 이유로 최근 북한이 벌인 일들을 꼽았습니다. “미사일도 쏘고, 얼마 전엔 배가 침몰돼 46명이 죽었는데 왜 북한을 응원하냐”고 덧붙였습니다.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된다. 우리는 하나의 국가(We‘re one nation.)”라고요.
그러면서 “세상이 달라졌다. 여러가지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코리아’ 아니냐”고 덧붙였습니다. 오웬은 제게 “‘우리는 하나의 국가’라는 말을 헤드라인으로 뽑아도 되냐”, “당신 이름을 기사에 적을 건데 한국 정부 같은 데서 불이익을 받는 건 아니냐”라고 물었습니다. 좀 어이가 없었지만 이해가 가기도 했습니다. 영국에 사는 친구를 수소문해 그 신문 한 번 봐야겠습니다.
경기장 내에서도 외신들이 쏟아내는 질문들은 거의 그런 식이었습니다. 하프타임 때 북한 응원단을 취재하기 위해 갔다가 저는 졸지에 외국 기자들의 질문과 북한 사람들의 답변을 통역해주는 사람이 됐습니다.
하지만 몇몇 질문은 제가 외국 기자들에게 “해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당신(북한 응원단)들은 남아공에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갈 때 격려 인사라도 했느냐”, “미사일이나 천안함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 등등이었습니다.
북한대표팀의 김정훈 감독은 경기 전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이라고 하지 말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명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외국 기자들에게 그 걸 설명하면서 “예민한 북한 사람들에게 정치적인 질문을 하면 입을 아예 닫아버릴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저도 북한 사람들에겐 “북조선 선수들 오늘 어땠어요?”하는 식으로 말을 건넸습니다.
경기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몇몇 기자들이 다가왔습니다. “혹시 김정훈 감독이 김정일에 관련된 이야기를 했냐. 정말 한 마디도 안했냐” 등이었습니다. 정치적인 질문을 너무 받다보니 나중엔 질릴 정도였습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이 그래서 무거웠습니다.
<요하네스버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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