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토크]나문희 “내가 보기보다 철이 없어서, 호호”

영화 ‘육혈포 강도단’ 리더 김정자역
행동대장 같은 성격, 역할에 딱 만화 찍는 마음으로 연기
김수미와 ‘마파도’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 ‘육혈포’로 풀어
감동·웃음 주는 배우로 살아있는 동안 계속 연기하고 싶어요
나문희의 연기를 다시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국민 할머니’ 나문희는 올해 초 음악영화 ‘하모니’에서 묵직한 연기로 관객들을 울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웃긴다. 코미디 영화 ‘육혈포 강도단’에서 강도단 리더 김정자 할머니 역할을 맡았다. 8년간 어렵게 모은 하와이 여행자금을 억울하게 도둑맞은 할머니들이 직접 은행 강도에 나선다는 스토리가 기발하다. 나문희를 비롯해서 김수미, 김혜옥 등 중견 여배우들의 관록 있는 연기는 영화의 가벼움을 상쇄한다. ‘육혈포 강도단’은 18일 개봉을 앞두고 감동까지 더해진 코미디 영화라는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어렵게 나문희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나문희는 소녀 같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여배우의 카리스마는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하모니’가 300만 명을 넘는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먼저 관객들에게 감사해요. 김윤진이 참 잘했어요. 그래도 나문희라는 나이 먹은 배우가 아직도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합니다. 사실 ‘하모니’같은 음악영화를 꼭 해 보고 싶었어요.

-이번 ‘육혈포 강도단’은 코미디인데.

▲‘하모니’와 개봉시기가 약간 겹치게 돼서 두 편 영화 모두에게 미안해요. 관객들이 좋아해주시기만을 염치없이 바랄 뿐입니다. 저한테 실제로도 행동대장 같은 부분이 있어요. 그것이 ‘육혈포 강도단’에서 나옵니다. 코미디를 크게 의식하지는 않았어요. 박자를 잘 맞추며 아무 생각 없이 역할에 몰입했습니다.

-그래도 출연 결정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

▲제가 나이에 비해 철이 없어요. 만화 한 편 찍는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했습니다. 언제 이런 거 또 해볼까 싶었죠. 결정적인 것은 김수미씨 때문이에요. 예전에 ‘마파도’에 함께 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이번에 풀었습니다. 데뷔 초기부터 김수미씨와 같이 봉사활동도 자주 다니고 무척 친한데 함께 작품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육혈포 강도단'

-‘마파도’에 출연할 뻔했다고요?

▲출연제의를 받았었는데 그때 건강이 좋지 않아서 섬에까지 가서 촬영하는 것은 무리였어요. 나중에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는 것을 보고 정말 신났습니다.

-김수미씨는 어떤 사람이에요?

▲독특한 보이스 색깔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아무도 근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가 있습니다. 욕만 잘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우두커니 연기를 하는 것을 지켜보면 마치 ‘여자 말론 브란도’같아요. 한참 후배지만 지금도 김수미가 무섭게 느껴져요. 그래서 뭐 시키면 “응”하면서 고분고분 잘 따릅니다.(웃음)

-목소리가 고우세요. 성우출신이시죠.

▲예전에는 성우에서 배우가 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저는 지금도 대본을 제 목소리로 마치 단어 외우듯이 녹음해요. ‘굿바이 솔로’라는 드라마에서 실어증에 걸린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말의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요즘 중견배우들의 전성시대입니다.

▲다들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50년 가까이 연기자 생활을 했지만 지금도 다른 여배우들의 연기를 보면 자극받아요.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계속 그럴 것 같습니다. 사실 배우로 살기는 불편해요. 그런데 연기가 좋아요. 건강만 허락한다면 지하철 타고 다니면서 대학로에서 연극하고 싶어요. 다만 대학로 극단의 열악한 환경이 좀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문희’하면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요.

▲연기 잘하는 배우. 주어진 역할은 어떤 쪽이든 소화해내고 싶어요. 감동과 함께 웃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스포츠월드 김용호 기자 cassel@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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