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메모]35살 아줌마 GK 송미영, 내 전성기는 지금부터…

여자핸드볼 벽산건설의 골키퍼 송미영이 20일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2010 SK 핸드볼 큰잔치'에서 방어율상을 수상한 뒤 밝게 웃고 있다./올림픽공원=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저 인터뷰 잘 못하는데… 안 하고 싶어요.”

 땀에 젖은 유니폼을 입고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오려던 한 선수가 20여명의 취재진을 보더니 복도로 다시 걸어나간다. 30은 충분히 넘은 듯한 나이. 그러나 그는 인터뷰가 어색한 모양이다. 아니, 아예 처음인 것 같다. 결국 기자가 밖으로 나가 안으로 끌고 온 뒤에야 말문을 열었다.

 여자 핸드볼 벽산건설의 골키퍼 송미영(35)이었다.

 8살 된 아들이 있는 아줌마 골키퍼 송미영. 그는 ‘2010 SK 핸드볼큰잔치’가 낳은 또 하나의 스타였다. 김온아가 젊음과 공격력을 바탕으로 주목을 받았다면 송미영은 신들린 듯한 선방과 굴곡 있는 핸드볼 인생으로 주목받았다.

 이런 골키퍼가 어디에 숨어있었나 싶을 정도의 걸출한 활약이었다.

 18일 대구시청과의 준결승에서 무려 51.3%의 방어율을 기록한 송미영은 20일 삼척시청과의 결승에서도 상대 슛을 막고 또 막았다. 삼척시청이 날린 37개의 슛 중 25개를 걷어내 이틀 전 활약을 뛰어넘는 67.6%의 방어율을 기록했다.

 큰잔치 경기당 방어율은 46.4%. 핸드볼에선 통상 골키퍼가 40% 정도만 기록해도 “아주 잘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는 사실 2002년 결혼과 함께 은퇴했다 다시 코트로 돌아온 케이스다.

 1995년 진주햄을 통해 실업무대로 뛰어든 송미영은 이후 제일생명으로 팀을 옮겼으나 해체되면서 핸드볼을 그만 뒀다. 그러나 남편, 딸과 함께 오순도순 살고 있던 그에게 4년 전 벽산건설 임영철 감독이 복귀를 요청했고, 결국 그는 몇 차례 거절 끝에 코트로 돌아왔다.

 같은 팀에 스타 골키퍼 오영란이 있어 주전도 아니었지만 그는 묵묵히 때를 기다렸다. 오영란이 임신과 함께 최근 코트를 떠나자 송미영은 보란듯이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오영란은 이제 트레이너로 변신해 그를 돕는다.

 누군가 그에게 국가대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자 송미영은 “국가대표는 무슨… 제겐 벅차요”라며 수줍게 대답했다. 그러나 곁에 있던 임 감독은 반색을 하며 “오영란의 그늘에 가려졌을 뿐이다. 대표로 뛰어도 손색이 없다”며 치켜 세웠다.

 늦깎이도 보통 늦깎이가 아닌 송미영의 ‘우생순’이 2010년부터 시작되는 느낌이다.

 올림픽공원=스포츠월드 김현기 기자 hyunki@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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