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좁은 롯데, 연봉조정 이정훈 보복성 전훈 제외

“정말 서운하네요. 이렇게까지 할 줄이야.”

프로야구 롯데가 20일 출발하는 팀의 전지훈련 명단에서 투수 이정훈(33)을 제외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연봉조정신청’을 했다는 것이 이유다. 선수를 ‘동반자’가 아닌 오로지 ‘피고용자’로만 보는 롯데의 보복성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예상치 못한 구단의 조치에 이정훈은 물론, 로이스터 감독 역시 동요하고 있다. 롯데는 18일 전지훈련 참가자 명단을 발표하면서 이정훈의 이름을 뺐다. 선수에게는 아무런 예고없이 일방 통보였다. 이정훈은 이날 스포츠월드와의 전화통화에서 “사전에 통보도 없고, 제외하고 나서도 왜 그랬는지 설명도 없다”고 말했다. 대화의 창구를 완전히 닫아버린 채 올 시즌 팀의 주요 전력을 위한 전훈에서 제외한 것이다.

이유는 짐작할 수 있다. 이정훈이 연봉조정 신청을 한 것이 ‘괘씸’했던 것. 배재후 롯데 운영부장은 “연봉조정 결과가 21일 나오기 때문에 20일 출발 명단에서는 제외했다”면서 “내부적으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던 연봉협상을 외부로 끌고 간 것이 문제가 됐지만, 보복성 조치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롯데가 지금껏 연봉 미계약자를 캠프에 데려가 협상을 병행해왔다는 점에 비춰보면 이같은 설명은 군색하다는 것. 지난해 이대호, 강민호 등은 2월을 넘겨서야 캠프에서 재계약하면서 선수와 구단 모두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러나 이정훈의 경우 21일 연봉 조정결과가 나오면 계약이 완료되기에 20일에 함께 출발한다고 해도 문제가 없다. 결과적으로는 이정훈에게 일종의 ‘벌’을 준 셈이다.

이정훈은 이와 관련, “연봉조정신청을 했지만, 캠프에는 무조건 참가해서 열심히 훈련한다는 생각을 해왔다”면서 “구단이 그 정도의 일로 전력 외로 생각한다면 할 말이 없다”고 서운해 했다. 특히 로이스터 감독 역시 유력한 마무리 후보를 전훈에 제외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정훈은 “로이스터 감독이 나의 전훈 제외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면서 ‘무조건 21일 합류하라’고 했는 데, 구단이 이를 수용할 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성적’보다 ‘체면’을 우선시하는 롯데의 행보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관심이다.

스포츠월드 이원만 기자 wma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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