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 풍경소리]설화나 민담속에 등장하는 상극동물들의 우화

토끼는 우리 민족에게 매우 친근한 동물이다. 호랑이 다음으로 우리 설화나 민담 속에 많이 나타난다. 토끼는 주로 지략이 뛰어난 동물로 묘사되어 있다. 토영삼굴(兎營三窟)이라, 숨을 수 있는 굴을 세 개는 마련해놓는다는 뜻이다.

세시풍속에 음력 첫 번째 묘일(卯日)을 토끼날이라고 하여 상묘일상묘일(上卯日)이라고도 부른다. 이날은 무병장수를 비는 날로 이날 새로 뽑은 실을 톳실(兎絲) 또는 명실이라고 하여 이 실을 차고 다니거나 옷을 해 입으면 수명이 길어지고 재앙을 물리친다고 믿었다. 그런 연유로 부녀자들은 이날만큼은 반드시 베틀에 앉아 조금씩이라도 베를 짰다.

또 이날 대문이나 사립문을 여자가 먼저 열면 안 되고 반드시 남자가 열어야 한다고 믿었다. 또 토끼날 머슴이나 하녀를 두게 되면 경망하고 방정맞은 사람을 둔다고 했다. 묘(卯)는 음란(淫亂)을 상징하는 글자이기도 했던 까닭이다.

번식이 용이하기로는 토끼와 닭, 쥐 등이 속한다. 유독 자묘형(子卯刑)에 곤랑도화(滾浪桃花)가 적용되는 이유가 곧 성교(性交)의 물상으로 포착되기 때문이다. 묘(卯)는 또 자(子)에서 병(病)이 들므로 성병(性病)의 추리로 이어지기도 한다. 토끼띠가 쥐띠와 상교(相交)하면 요상하게도 병환이 침범한다. 그래서인지 토끼 꿈은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져 길몽을 나타내지만, 임신(姙娠) 중에는 먹기를 매우 꺼린다. 토끼 고기를 먹으면 토끼 눈처럼 빨갛게 되거나 언청이가 된다는 등 부정적인 속설로 전해진다.

토사구팽(兎死狗烹)은 묘술(卯戌)의 합후질기(合後疾忌) 상황을 그대로 대변한다. 토끼가 개를 보면 곧 무덤이 되고, 개도 토끼를 사냥한 다음에 삶아지는 처지에 놓인다. 또 견토지쟁(犬兎之爭)이란 말이 있는데 개와 토끼의 다투면 양자의 싸움에서 제3자가 이익을 본다는 것이니 의미가 통한다. 개띠와 토끼띠의 인연은 대개 처음에 좋다가 나중에 서로 상처를 받는 결과를 보기 쉽다. 둘이 경쟁하면 죽 쒀서 남 주는 일이 되기 십상이다.

여우의 죽음에 토끼가 운다고 했다. 갑(甲)은 을(乙)의 버팀목이 되고, 묘(卯)도 인(寅)을 기뻐하는 까닭이다. 마치 담쟁이 넝쿨이 거대한 나무를 감싸고 돌아 오르는 격이 되는 물형이다. 여우도 토끼가 죽어서 울었다는 토사호비(兎死狐悲)의 이야기도 전해지듯 토끼띠와 범띠의 사이는 대개 원만하고 좋다.

예부터 토끼는 달과 인연이 깊었다. 토(兎)를 월(月)로 훈독하기도 한다. 그래서 달을 다른 말로 토월(兎月), 토백(兎魄)이라고 부르며 달그림자를 토영(兎影)으로 표현한다. 토끼가 달로 표현되듯이 해로 표현되는 동물이 까마귀다. 까마귀 중에서도 세발달린 까마귀 즉 삼족오(三足烏)다. 토오(兎烏)라는 말은 곧 달과 해를 나타내는 말이다.

금오옥토(金烏玉兎)도 마찬가지다. 금오는 해, 옥토는 달을 가리킨다. 오토총총은 세월이 빠르다는 말이다. 묘신(卯申)은 음양의 교접으로 생명을 잉태한다. 여기에는 부정이 섞이면 안 된다. 대저 태(胎)의 조합에 형(刑)이 들면 이변이 속출한다. 팔자에 묘신(卯申)이 있고 여기에 자(子)나 인(寅)을 보게 되면 변고한 현상을 보기 쉽다.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불륜의 현실을 이런 경우에서 자주 보게 된다. 의외로 필자를 찾는 이들에게서 묘신(卯申)의 형(刑)을 자주 본다.

김상회 역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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