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 풍경소리]서열과 질서의 상징 기러기의 삶 본받을 만

기러기는 한자어로 안(雁), 홍(鴻)이라 쓰고 옹계(翁鷄), 또는 홍안(鴻雁)이라고도 한다. 몸은 수컷이 암컷보다 크며, 몸 빛깔은 종류에 따라 다르나 암수의 빛깔은 같다. 목은 몸보다 짧다. 부리는 밑 부분이 둥글고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지며 치판(齒板)을 가지고 있다. 땅 위에 간단한 둥우리를 틀고 짝지어 살며 암컷이 알을 품는 동안 수컷은 주위를 경계한다.

홍(鴻)의 뜻은 크다. 나라를 세우는 큰 사업은 홍업(鴻業)이다. 큰 명예는 홍명(鴻名)이라고 한다. 뭇사람의 존경을 받는 이름난 선비를 일러 홍유(鴻儒)다. 홍유란 깊은 사색을 거쳐 글을 짓고 체계가 있는 문장을 써내는 특출한 사람 중에서도 더욱 특출한 사람이다. 미(未)는 곧 ‘붓’의 물상을 짓고 큰기러기의 날개는 높고 높은 하늘로 비상할 수 있다. 그래서 중국어로 뛰어난 문필, 문호(文豪)는 홍필이라 일렀다. 큰 기러기와 고니의 뜻, 홍곡지지(鴻鵠之志)는 영웅, 호걸 등의 원대한 포부를 비유해 이르는 말이다. 말은 달리고 기러기는 난다. 마홍주비(馬鴻走飛)는 건전한 발전을 상징한다. 명리(命理)의 포태술(胞胎術)로 보면 말의 오(午)는 양의 미(未)에서 관대(冠帶)하고 미(未)는 오(午)를 보아 제왕(帝旺)이 자리에 놓이는데 양의 미(未)는 기러기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기러기 떼는 ‘V’자 모양으로 이동한다. 날개를 이용해 서로 상승 기류를 만들므로 혼자 나는 것보다 70%는 더 멀리 갈 수 있다. 리더가 힘들어하면 바로 뒤편의 기러기가 전면으로 나선다. 조금 전의 선두는 맨 뒤 열로 처진다.

“호수가 얼어붙기 직전에 떠난다”는 기러기들의 행동 지침은 타이밍이 변화의 키포인트임을 말해준다. 또 “함께 날아야 큰 힘이 된다”는 동물적 본능은 모든 조직원들이 뜻을 같이해야 혁신이 성공한다는 인간적 자각에 이르게 만든다. 또 사제(師弟)의 도리에 곧잘 비유되는 안행피영(雁行避影)이라는 글이 있다. 기러기는 앞서 가는 기러기의 그늘마저 범하지 않고 난다는 뜻인데 어찌 사제, 부자, 선후배 관계에서만 이를 적용할 수 있겠는가. 매일 매일 마주하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해야 마땅할 것이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이유는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기 때문이다. 노힐부득처럼 입으로가 아닌 오직 행동으로 이타주의를 실현하는 사람이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 잡아 줄 수 있는 이타주의가 충만한 세상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희망하는 아름다운 세상일 것이다.

가을에 여름새인 제비는 남쪽으로 날아가고, 겨울새인 기러기는 북쪽으로 날아간다. 길이 어긋나서 서로 만나지 못하여 탄식함을 이르는 말이 연홍지탄(燕鴻之歎)이다. 제비는 자(子)에 속하고, 기러기는 미(未)에 속하는데 그래서 팔자(八字)에 자미원진(子未怨嗔)이 들면 대개 해당하는 육친과의 소원함을 면치 못한다. 같은 이치로 쥐띠와 양띠는 마음과 달리 어긋난 결과를 보기 쉬운 인연일 때가 많다.

또 쥐띠의 남성이 미시(未時)에 태어나거나 양띠가 자시(子時)에 태어나면 자식과의 인연이 두텁지 않게 작용하므로 ‘기러기 아빠’의 신세가 될 때가 많다. 기러기 안(雁)과 응할 응(應), 매 응(鷹)은 뿌리가 같은 글자다. 이들 세 글자의 뿌리가 되는 꼴을 보면 열을 지어 날아가는 모습을 나타내고 그 안에 고개를 쭉 내민 새를 그렸다.

기러기의 삶의 방식인 서열을 지어 질서정연하게 철따라 이동하는 것에서 형제의 다정함과 자연에 순응하는 개념이 응(應)자에 살아 숨 쉰다. 그래서 응(應)은 곧 기러기의 마음이고, ‘응하다, 대답·승낙하다, 사랑하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김상회 역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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