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임-인류멸망2011’ |
지난 2월26일 개봉한 일본영화 ‘블레임-인류멸망2011’은 영화의 결말 부분이 20여 분 간이나 잘려나갔었다. 영화를 한국에 수입한 KTH는 일본 제작사 TBS의 허락 없이 영화를 자체적으로 삭제했다가 일본 측의 공식항의를 받고 부랴부랴 영화를 원래대로 바꾸는 해프닝을 벌였다. ‘블레임-인류멸망2011’은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일본사람들이 죽어나간다는 내용의 재난블록버스터 영화다. 톱스타 쓰마부키 사토시와 단 레이가 출연했다. 원래 영화는 일본 사람들이 바이러스의 피해를 극복한다는 해피엔딩인데, 시사회에서 상영된 영화는 바이러스로 세상이 멸망하는 암울한 상황에서 끝나버린다.
‘킬러들의 도시’ |
단순히 영화의 일부장면을 편집한 수준이 아니라 영화 전체의 결말을 바꿔버린 것이다. 일본 관계자들이 분노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는 민감한 한·일 관계에서 문제가 더 크게 불거질 수도 있다. 영화 수입사는 영화포스터에 ‘일본멸망’이라는 단어를 유독 강조했다. 포스터 속 한국지도에 마음대로 독도를 그려 넣기도 했다. 한국 사람들의 애국심을 자극해 흥행에 도움을 얻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수입사는 영화의 원래 제목인 ‘감염열도’도 ‘블레임-인류멸망2011’이라는 거창하지만 의미 없는 제목으로 바꿔버렸다.
또 플레니스 엔터테인먼트가 수입해 3월5일 개봉시킨 ‘킬러들의 도시’도 일부 장면들이 잘려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비록 분량은 2분 정도로 많지 않지만 영화의 인상적인 장면들이 삭제됐다. 주인공들이 술집에서 난장이, 창녀들과 마약에 취해 관계를 맺는 자극적인 장면들이다. 영화 홍보사 측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만 한 혐오스런 장면을 삭제했다.
우리나라 정서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사실은 영화 상영 등급을 받는데 있어서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기 위한 면도 있었다. 그런데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자극적인 장면을 삭제한 노력과 무관하게 영화에 ‘18세 관람가’ 등급을 내리고 말았다. 역시 ‘킬러들의 도시’도 ‘In Bruges’라는 원제를 가지고 있었다. 수입사는 블랙코미디인 원작의 분위기를 액션영화처럼 포장해서 시장에 내놓았다. 이는 흥행성적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킬러들의 도시’는 개봉 첫 주말 2만4951명(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의 관객을 모으는데 그쳤다. ‘블레임-인류멸망2001’도 2주 동안 4만553명의 관객을 모았을 뿐이다.
스포츠월드 김용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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