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일본 영화 아카데미 주연으로

아시아작품 주목 속… 한국은 짝사랑만
2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코닥극장에서 열린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은 아시아의 영화들이었다.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영화를 제작하는 인도와, 아시아 제1의 영화 소비시장을 가지고 있는 일본이 아카데미의 중심에 섰다.

인도 붐바이 슬럼가에서 촬영된 영국,인도 합작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영예의 작품상을 비롯해서 감독상, 각색상, 편집상, 촬영상, 음향효과상, 작곡상, 주제가상 등 8관왕을 차지했다. 미술상, 분장상, 시각효과상 등 3개 부문 수상에 그친 할리우드 주류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압도했다. 인도의 무명배우들이 할리우드 톱스타 브래드 피트를 이긴 모양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빈민가에서 고아로 자란 소년이 인도 최대의 퀴즈쇼에 출연해 ‘인생역전’을 이룬다는 스토리다. 영화에는 인도의 무명배우들이 출연했다. 이들은 올해 아카데미 레드카펫을 점령했다. 특히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생애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할리우드에 왔다는 아역배우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다. 2002년 ‘라간’이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이후 7년 만에 인도영화가 쾌거를 이뤄낸 것이다. 할리우드 못지않게 영화제작이 활발하게 이뤄져 ‘발리우드’라고도 불렸던 인도 영화시장을 아카데미가 인정했다.

올해 일본영화도 아카데미 축배를 들었다. 다키타 요지로 감독의 ‘굿바이’가 일본영화 사상 최초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또 ‘작은 사각의 집’이 단편 애니메이션상까지 받는 겹경사를 누렸다. 일본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찍은 소련영화 ‘데루스 우자라’가 1976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이후 꾸준히 아카데미와 인연을 맺어왔다. 1990년 구로사와 감독이 특별공로상, 2002년에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바 있다.

올해 ‘굿바이’의 수상소식에 일본열도는 흥분에 휩싸였다. 영화의 무대가 된 야마가타현에서는 지역신문들이 호외를 발행했을 정도다. ‘굿바이’는 당연히 재개봉됐는데 상영관에는 아침부터 세계에서 인정받은 영화를 보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영화는 올해 5월 미국 10개 도시에서 개봉될 계획이었는데 이번 수상을 계기로 개봉규모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할리우드 진출에 대한 한국영화의 애정은 여전히 ‘짝사랑’에 그치고 있는 분위기다. 1991년 ‘마유미’부터 올해 ‘크로싱’까지 매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영화를 출품하고 있지만, 후보에조차 단 한 번도 지명되지 못했을 정도로 완벽히 외면받고 있다. 이병헌, 장동건, 가수 비 등 톱스타들의 할리우드 진출소식도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주변부에 머물 뿐 주목할 만 한 성과를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 2007년 SF영화 ‘디워’가 할리우드에서 대규모로 개봉됐지만 조악한 완성도로 현지 언론에 놀림꺼리가 된 것이 현재 할리우드에서의 한국영화의 현주소다.

스포츠월드 김용호기자 cassel@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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