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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영동세브란스 치과전문병원 보존과 교수 |
치아는 3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제일 표면은 법랑질, 중간층은 상아질, 맨 안쪽은 신경이 들어있는 공간이다. 법랑질은 치관부 표면의 가장 단단한 부분으로 저 치아의 내부구조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마치 도자기와 같아서 미세한 균열이 생기기 쉽다. 밝은 빛에 치아 표면을 비추어 보면 전에는 몰랐던 미세한 잔금들이 보이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현상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지만 치아의 특정부위에 과도한 힘이 가해지면서 표면에 있던 금이 점차 아래쪽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치아균열증후군(cracked tooth syndrome)이라고 한다.
치아균열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으나, 치아에 지속적으로 무리한 힘을 가하거나, 이 악물기 같은 좋지 않은 구강습관 등이 한 원인일 것으로 짐작된다. 또한 부드러운 음식을 주로 먹는 서양사람들 보다 상대적으로 질긴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발생빈도가 높은 편이다. 흔히 나타나는 증상은 음식을 먹을 때 이가 시리고, 찌릿한 느낌이 드는 것인데, 음식물을 물었다가 뗄 때 주로 나타난다. 이런 증상이 반복되면 의식적으로 이 시림이 나타나는 쪽으로는 음식을 씹지 않게 된다.
치아균열도 초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초기에 발견할 경우 접착을 이용한 레진수복이나 이를 씌우는 크라운 보철치료를 통해 더 이상 치아의 금이 진행되지 않도록 치료할 수 있다. 하방으로 금이 심하게 진행된 경우에는 신경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초기에 발견해 치료할 경우 대부분 예후가 좋은 편이다. 그러나 단 한번의 저작(음식물을 씹는 동작)으로 이가 둘로 쪼개져 버려 치아를 뽑아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치료 후에도 지속적인 관찰과 주의가 필요하다.
치아균열의 치료가 어려운 것은 원인이 불명확하고 진단도 싶지 않기 때문이다. 치아균열 때문에 치과에 내원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어느 부위에 이상이 있는지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다. 초기의 치아균열은 육안으로는 물론, x-ray 상으로도 잘 확인이 되지 않기 때문에 진단이 어렵다. 치아균열의 초기 진단을 위해 최근 전문치과병원에서는 치과용 현미경을 활용하고 있다. 맨눈으로 보기 어려운 미세한 금의 경우 치아를 특수한 염료로 염색시킨 후 치과용 현미경으로 확대 관찰함으로써 보다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어느 한쪽으로 음식을 씹다가 심하게 이가 시린 적이 있다면 치과에 내원하여 전문가의 진단을 받는 것이 치아를 보존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또한 과거 치아가 부러져서 치료를 받거나 충치나 치통으로 이를 뽑은 경험이 있다면 보다 관심을 가지고 치아 관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 쪽에 심하게 금이 간 적이 있는 사람은 특히 반대 쪽 치아도 비슷한 상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신수정 영동세브란스 치과전문병원 보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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