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뷰에서 “조인성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리는 현실은 이해하지만 실제 영화를 보면 아닐 수도 있다. 주진모의 ‘쌍화점’이 될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영화 뚜껑이 열리면 더 비싸게 굴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자신감 있는 농담도 던진다. 이런 멘트를 두고 얼핏 주연배우의 자존심 경쟁이라고도 생각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아니다. 배우가 그만큼 영화에 몰입했다는 뜻이다. 주진모와 조인성은 실제로는 절친한 선후배 사이다.
주진모는 영화에서 ‘왕’을 연기한다. 중국 원나라의 간섭과 조정에 불신에 맞서 나라를 지켜내려는 고려의 왕이다. 강인한 정신력과 통치력. 무(武)와 예(藝)에 상당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설정이다. 호위무사 홍림(조인성)과는 은밀한 관계라고 하는데 영화의 구체적인 시나리오는 개봉을 앞둔 지금까지도 철저하게 비밀에 감춰져있다. 주진모가 “왕이 사건의 발판이고 문제를 일으키는 장본인이다. 모든 음모의 시작이다”고 힌트를 준다. 왕은 후사를 위해 홍림에게 왕후(송지효)와의 관계를 명한다. 여기서 사건이 시작되는 것이다.
주진모는 “기존 어떤 사극에서도 볼 수 없는 왕의 모습을 연기했다. 왕이라는 직책은 현실의 설정일 뿐, 인간적인 모습을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시나리오를 덮고 여운이 남았다. 배우인생에서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출연의 필연성을 강하기도 했다.
주진모에게 있어서 ‘쌍화점’에 함께하는 것은 유하 감독에게 예전에 진 빚을 갚는다는 의미도 있다. 유하 감독은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시나리오를 주진모에게 가장 먼저 보냈다. 그런데 주진모는 ‘해피엔드’와 반복되는 것처럼 보여서 결국 캐스팅을 고사했다. 주진모는 “죄송한 마음이 있었다. 감독님이 다시 찾아주셔서 감사했다”는 마음으로 쌍화점에 ‘올인’했다.
주진모는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대박과 ‘사랑’의 연타석 흥행으로 주가를 높였다. 하지만 그에게도 배우를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2001년 ‘와니와 준하’이후 한동안 작품을 하지 못했다. 준비하던 영화는 제작이 무산되고 충무로에서는 주진모에 대한 흉흉한 소문이 돌기도 했다. 주진모는 “괴로웠다. 아무도 날 찾는 사람이 없었다. 도태된다는 느낌이 들어 은퇴를 해야 하나 까지도 생각했다”고 당시 심경을 털어놓았다. “그때 내가 자존심이 쌨다. 주연만 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젠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는 마음가짐으로 하고 있다. 아픈 시절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주진모는 이번 ‘쌍화점’으로 사극이 3번째다. 영화 ‘무사’로 기나긴 중국원정 촬영을 경험했고, 드라마 ‘비천무’에서도 주인공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주진모는 “여전히 나에게도 사극은 하얀 도화지 같다”고 겸손했다. ‘주진모의 쌍화점’을 기대해야할 이유도 분명하다.
스포츠월드 글 김용호, 사진 전경우 기자 cassel@sport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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