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나 '다녀왔습니다' 전… '상상속에서 만든 토끼, 갑자기 나타 난다면'

23일아라리오 서울
보고싶어
 젊은 작가 김한나(27)에게 토끼는 특별한 존재다. 타인에게는 절대 보이지 않는 토끼의 실체를 작가 자신만은 항상 느끼기 때문이다.

 토끼가 되고 싶어했던 작가가 상상속에서 만들어낸 토끼는 어느날 갑자기 대학 2년생인 한나 앞에 나타나 들뜨게 만든다. 한나는 창문이 닫혀 토끼에게 다가갈 수 없었고, 토끼 또한 창문이 너무 작아 한나에게 접근하지 못했다.

 엄마 아빠가 있고 친구도 많았던 행복한 채식동물이었던 이 토끼(이름 없음)는 토끼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난 데 위협을 느낀 인간들의 토끼 멸종사냥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외톨이였다. 

 의기투합한 두 존재는 상봉을 꿈꾸며 땅굴을 팠지만 출구는 엉뚱했다. 두 존재는 서로를 찾아 헤맸다.

 토끼와 생이별한 이후 목에 이상한 그림자가 생긴 한나는 ‘토끼를 찾습니다’라는 실종 전단지를 붙였다. 실종지는 부산대학 인근의 구서동. 특징은 다른 토끼에 비해 귀가 길고 콧수염은 없고 말을 유창하게 하며 사람보다 더 똑똑하다.

 한나를 토끼로 여길 정도로 정을 느낀 토끼는 토끼대로 험난한 생사의 귀로를 넘으며 한나를 찾으러 다녔다. 한나를 빼고는 모두 적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얼음호수에서 상봉하는 두 존재. 아무도 없는 뻐꾸기 시계 안에서 두 존재는 말없이 서로를 껴안는다. 

 
갔다와 볼게
종로구 소격동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다녀왔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열리고 있는 김한나의 개인전은 김한나 작가와 작가의 특별한 ‘상상 속 친구’인 토끼와의 교류를 표현한 작품 40여점으로 채워졌다. 현실과 가상, 진실과 허구, 그리고 존재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작가는 정작 토끼를 키워본 적도 자세히 관찰해본 적도 없다. 상상 속에서 만든 에너지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게 작품 탄생의 비결. 2006년 토끼와 함께 대학생활한 내용을 담아 전시한 ‘한나의 괜찮은 하루’전에 이어 이번 전시에선 한나와 토끼가 헤어져 다시 만나기까지의 과정을 유화, 드로잉, 조각으로 풀어냈다.

 갤러리 측은 “다음 전시 주제는 한나와 토끼가 어떻게 사회생활을 하는지를 그린 ‘한나와 사회생활’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11월23일까지. (02)723-6190 

스포츠월드 강민영 기자 mykang@sportsworldi.com  사진제공=갤러리 아라리오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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