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난초 화분에는 보낸 사람의 문구가 담긴 리본이 걸려 있었다. 리본 오른쪽에는 ‘항상 건강하세요’라는 흔히 볼 수 있는 안부였지만, 눈길을 끈 것은 보낸 사람이 쓰인 리본 왼쪽이었다.
왼쪽 리본에는 ‘못난 제자 이상훈’이라고 쓰여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최고의 좌완 투수이자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다 갑작스럽게 가수가 되겠다며 돌연 은퇴했던 바로 그 ‘풍운아’ 이상훈이었던 것이다.
이상훈이 이광환 감독에게 추석을 맞아 안부 인사를 한 것. LG시절 은사로 모셨던 인연을 잊지 않고 이따금 연락과 선물을 보낸다는 것이 이 감독의 전언.
이 감독은 “당시 LG에서 이상훈 유지현 김재현을 모두 은퇴시키려 했는데 내가 이를 반대하다 옷을 벗게 됐었다”며 이상훈과의 인연을 떠올렸다. 이후 이상훈은 SK로 트레이드됐다.
이광환 감독은 이상훈의 난이 화제가 되자 한화의 송진우를 언급했다.
이 감독이 한화를 떠난 지 오래됐지만 송진우는 요즘도 매년 선물을 집으로 보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감독은 “내가 한화에 있을 때 송진우의 투구수를 100개 내외로 엄격하게 제한했다. 송진우는 그 때 승리욕심에 더 던지고 싶다고 말할 때가 많았고 못 던지게 하는 나에게 불만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세월이 지난 지금에는 내가 관리해 준 것이 고마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흐뭇한 미소를 던졌다. 어쨌건 이런 얘기들은 훌륭한 선수들을 이끌고 야구를 할 수 있었던 노(老) 감독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처럼 느껴졌다.
목동=스포츠월드 송용준 기자 eidy015@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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