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엿보기]‘투혼의 역사’ 이배영 120㎞ 시구

2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기아-LG전에서 베이징 올림픽 역도에서 눈물겨운 투혼을 보여준 이배영이 야구 금메달리스트인 기아 타이거즈 1번타자 이용규를 상대로 시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힘쓰는 것은 우리가 한 수 위다.’

프로야구가 다시 레이스를 시작한 26일 잠실구장에는 베이징올림픽에서 온국민에게 감동을 전달했던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올림픽 역도에서 다리 부상에도 불구하고 바벨을 들다가 쓰러진 이배영(29·경북개발공사)이 LG-KIA전 시구자로 나선 것. 

그런데 이날 이배영은 놀라운 볼 스피드로 LG 선수들을 놀라게 했다. 이배영은 보통 시구자들과 마찬가지로 시구 전에 홈팀 선수들로부터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요령을 배웠다. 이날 시구 지도를 맡은 선수는 LG의 언더핸드 투수 우규민. 우규민은 베이징올림픽 예선전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국가대표 역도 선수의 투구 지도를 맡게 됐다.

이배영은 야구장에 와본 것도 이날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이에 우규민은 공을 쥐는 것부터 던지는 폼까지 가르쳤고, 이배영은 어색하지만 제법 흉내를 내며 공을 던졌다. 그런데 깜짝 놀랄 만큼 공에 힘이 있었고 스피드를 재본 결과 120㎞가 나왔다. 야구를 전문적으로 하지 않는 일반인이 120㎞를 던진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 요령은 없었지만 힘은 야구선수들보다 한 수였던 것이다.

아울러 이날 이배영은 유니폼에 등번호를 0번을 새기고 나왔는데 그 이유를 밝히며 LG 선수단에 감동을 주었다. 이배영은 올림픽 역도 남자 69㎏급에서 은메달을 눈앞에 두고서 다리에 쥐가나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이배영은 그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등번호 ‘0’으로 해석했다. 이배영은 시구를 마친 후 마이크를 잡고 “0은 1등도 아니고 꼴찌도 아니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LG도 비록 지금은 최하위지만, 0순위가 될때까지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잠실구장 관중들에게 또한번 박수를 받았다.

잠실=스포츠월드 배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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