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200여 명의 태극전사 가운데서도 가장 눈매가 매서운 이가 바로 남자 체조대표팀의 양태영(28·포스코건설)이다. 더 이상 불운마저도 최고를 향하는 그의 앞길을 막을 수 없도록 완벽한 연기를 꿈꾸고 있다.
4년전 아테네올림픽에서 양태영은 남자 개인종합 금메달을 심판 오심으로 눈앞에서 놓치는 시련을 당했다. 평행봉에서 심판이 스타트밸류를 낮게 채점하는 바람에 미국의 폴 햄에게 금메달을 내주고 후배 김대은에 이어 동메들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당시 명백한 오심으로 인정돼 큰 논란이 됐지만 결과는 바로 잡아지지 않았다.
그로부터 4년. 양태영은 도둑맞은 금메달을 되찾기 위해 뼈를 깎는 강훈련을 해냈다. 체조선수로는 적지 않은 나이이기에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도전이라는 각오로 자신과의 싸움을 했다. 이주형 남자 대표팀 감독도 최소한 동메달 이상은 낙관하면서 조심스럽게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양태영은 지난 5월 대표 선발전에서 개인종합 1위를 차지해 ‘역시 양태영’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올림픽 메달 전망을 밝게 했다. 몸 상태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강한 자신감에 차 있다. 양태영은 “심판 판정에 신경쓰지 않고 내 스스로 만족할 만한 경기를 펼친다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 연습도 실전처럼 집중해서 하고 있다”며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베이징에서 양태영과 자웅을 겨룰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중국의 양웨이(28)다. 햄도 지난 달 말 미국 대표 선발전을 통과해 재대결을 벌이지만 학업으로 장기간 손을 놨던 만큼 적수가 못된다는 평가다.
1999년 세계선수권에서 3관왕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양웨이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2003년 세계선수권에서도 금메달을 따낸 강호다. 2006년 세계선수권에서는 3관왕을 차지하며 ‘아시아 체조 황제’ 칭호를 받았다. 이번 대회에 개인종합은 물론 양태영의 주력 종목 평행봉까지 금메달을 노리고 있어 정면 충돌이 불가피하다.
양태영도 “중국, 일본 선수들이 강하다. 햄은 운동을 오래 하지 않아 메달권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하면서 “최근 평행봉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고 말해 양웨이와의 승부를 가장 의식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스포츠월드 김동환 기자 hwany@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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