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 인터뷰]전격은퇴 ‘다승왕’ 정민태, “빨리 지도자로 복귀하고 싶다”

은퇴경기 못해 아쉽지만… 젊은선수 가르칠 생각하면 기뻐
기아 정민태/스포츠월드DB
“저는 어린 친구들과 같이 호흡하는 게 너무 좋습니다. 이제 곧 지도자로 복귀하겠습니다.”

지난 8일 1군 합류 통보를 받고도 오른 어깨 통증으로 전격 은퇴를 선언한 정민태(38·전 KIA)를 10일 오전 광주 상무지구의 집 근처에서 만났다. 평소 좋아하는 전라도 음식을 내는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함께 하며 과거와 미래를 정리했다.

-은퇴하는 선수들을 많이 봤다. 광주에 홀로 있었는데 혹시 울지는 않았나.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만감이 교차했다. 은퇴를 결심한 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양주 다섯 잔을 마셨는데 새벽까지 온 몸이 빨갛게 부어올라 잠을 못 잤다. 결국 진통제를 먹고 나서야 잠이 들었다. 나는 역시 술 체질이 아니다.(그전까지 정민태의 기록은 스트레이트잔으로 양주 석 잔이었다) 가족들도 힘든 결정을 했다고 찬성해 주었다.

-124승을 올린 대투수치고는 너무 갑작스럽고, 또 썰렁한 은퇴 같다.

▲나는 ‘망한 집’ 출신이다. 현대 유니콘스가 건재했다면 KIA로 올 일도 없었을 테지만, 은퇴경기나 은퇴식을 못 가진 게 아쉽다.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떠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KIA에 온 지 몇 달, 어떤 기여도 못한 내가 먼저 그런 요구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앞으로 계획은.

▲13일쯤 서울로 올라갈 예정이다. 지금 집사람이 둘째 아들을 데리고 미국 LA에 가있다. 대치중에서 야구를 하는 큰 아들은 외갓집에 있다. 다음 주중 LA로 가서 아내와 아들을 만나고 이달말쯤 귀국할 예정이다. 그 뒤로는 좋아하는 낚시나 골프를 하면서 좀 쉬고, 장래 계획도 그려볼 예정이다.

-KIA나 다른 팀에서 코치 제의가 있다면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해외 연수 구상이 있나.

▲나는 젊은 선수들과 대화하고, 가르치기를 아주 좋아한다. 빨리 그런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특별히 해외연수에 대한 필요성은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국내에서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가족들이 미국에 계속 머물기로 결정된다면 LA에서 야구 연수를 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KIA 투수들에 대한 인상은.

▲재활군에 있으면서 좋은 재질을 지닌 젊은 투수가 많아 깜짝 놀랐다. 특히 어린 친구들은 아주 순수하다. 대선배에 대해 수줍어 하면서도 조언을 구해와 자세하게 얘기를 해주면, 열심히 듣는다. 그리고 그 조언을 실천해 보고 맞으면 흥분한다. 뺨을 발갛게 붉히면서 마구 설레어 하는 표정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런 후배들과 함께 야구를 하고 싶다. 그래서 조범현 KIA 감독님과 면담을 두 차례 할 때 내가 느낀 점을 많이 말씀드렸다. 잘 받아들여 주셨는데 혹시나 건방지다고 생각하시지 않았을 지 걱정도 된다.

-아마시절 국가대표를 오래 지냈고, 한국과 일본에서 15년간 프로선수로 뛰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1998년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내 고향이 인천(인천 동산고 출신)인데, 당시 인천 연고팀인 현대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우승했던 감격을 잊을 수 없다. 그때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MVP도 거머 쥐었다.

광주=스포츠월드 이준성 기자 osa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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