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 한국 영화의 새로운 영웅 캐릭터를 확립하다

슈퍼맨, 엑스맨, 스파이더맨, 헐크, 배트맨 등은 모두 할리우드판 영웅들이다. 이들은 만화로 시작해, TV 시리즈물로도 선보인 바 있으며 미국인들에게는 친숙한 캐릭터들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한국인의, 한국인에 의한, 한국인을 위한 영웅이 국내 영화에는 없을까.

 툭하면 육두문자를 날리고 경찰이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아집에 인간적인 면모. 절대로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형사 강철중이다. 이 세상 ‘공공의 적’을 향해 시원스레 펀치와 욕설을 날리고 또박또박 바른말로 범인들을 향해 일갈하는 강철중의 모습을 보며 지금껏 많은 관객들은 카타르시스까지 느껴 왔다. 오는 19일 ‘공공의 적1―1:강철중’(강우석 감독, KnJ엔터테인먼트 제작, 이하 ‘강철중’)에서 타이틀롤 강철중을 세 번째로 연기하는 설경구. 금세라도 범인을 잡으러 뛰쳐나갈 것만 같은 모습이었지만 설경구는 평범한 한 사람의 배우로 인터뷰에 임했다.

 “강철중 하면 ‘다혈질’, ‘무대포’가 떠오를 거예요. 두 번째 ‘공공의 적’에서는 검사로 나왔는데 이러한 캐릭터가 그대로 이어지면서 총까지 들이대는 검사의 모습을 연기했는데 솔직히 그런 검사가 어디 있겠어요? 형사로 등장하는 강철중 역시 마찬가지에요. 진짜 그런 경찰이 있다면 벌써 짤리고도 남았을 걸요.”


 그래도 이번에는 전편에 비해 훨씬 더 순화된 강철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강철중이 물리쳐야 할 상대로 이번에 등장하는 ‘공공의 적’은 전편들보다 더욱 독해졌다. 존속살해범 규환(이성재)이나 역시 사람을 죽이고 재단이사장이 된 한상우(정준호)가 개인적인 차원의 범죄인들이라면 이번에 정재영이 연기한 이원술은 사회적 파장력에 있어서 더욱 악질적인 ‘공공의 적’이다.

 “정준호씨나 이성재씨가 연기한 ‘공공의 적’들은 개인의 야욕에 초점을 맞춘 사이코패스에 가까웠다면 이번에 정재영씨가 연기한 이원술이라는 캐릭터는 가장 무서워해야할 공공의 적이죠. 아이들의 손에 칼을 쥐어주고 조직폭력배로 키우는 나쁜 사람이잖아요.”

 힘을 주어 이번 영화의 대립된 캐릭터들을 설명하던 설경구지만 ‘강철중’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과 비슷하게 개봉 시점을 맞춘 것에 대해서는 약간 불만이 있는듯 했다.

 “솔직히 저는 할리우드 영화들과 붙거나 대결을 펼치고 싶진 않아요. 그것도 도박이잖아요. 물론, 과거 ‘실미도’ 때 ‘반지의 제왕’과 대결해서 이긴 적이 있긴 해요. 또 첫 번째 ‘공공의 적’에서 선보였던 강철중을 기대하는 분들도 많고 그때 등장했던 이문식씨나 유해진씨도 이번에 등장하기 때문에 잘 될 것 같긴 해요.”


 이번 영화는 코미디적 요소를 대거 가미함과 동시에 강철중만의 캐릭터를 제대로 살려내면서 더욱 악독하고 살벌한 악역 연기를 펼치며 할리우드 영웅 영화 못지 않은 재미와 통쾌함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적 상황에서 태어날 수 있는 형사 캐릭터이면서 동시에 어떠한 범죄든 착착 해결해나갈 것 같은 강철중이라는 캐릭터가 이번에도 관객들의 사랑을 받게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한준호, 사진 김두홍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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