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감마니아 본사에서 만난 윌림엄 첸 COO(사진) 역시 “한국 게임이 예전만큼 쉽게 대만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무리”라는 말부터 먼저 꺼냈다.
그는 “공성전과 길드라는 개념을 최초로 현지에 선보인 ‘리니지’가 당시 큰 호응을 얻었지만 이후 블리자드의 ‘와우’ 등 글로벌 대작들이 쏟아지면서 이젠 무한경쟁시대가 도래했다”면서 “더 이상 한국산이라고 해서 충성도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글로벌 게임기업의 진출 외에도 단일한 역사를 지닌 ‘본토’ 중국은 물론, 현지 개발사를 중심으로 대작들이 출시되면서 한국 게임의 입지가 차츰 좁아지는 추세다. 첸 COO는 이에 대해 “그래도 아직은…”이라는 말로 갈음했을 뿐이다.
대표적인 게임기업을 비롯해 한빛소프트와 웹젠 등 중견 업체들의 러시가 대규모로 이뤄졌지만 어느덧 인기순위 10위권에서 한국산 게임은 하나둘씩 자리를 감춰가는 상황이다. 여기에는 일단 진출하고 보자식의 ‘묻지마’ 공략이 큰 원인이다. 첸 COO는 “세계 어디든 현지화가 중요한데, 한국산 게임이 잘 되니까 분위기에 편승, 성급하게 진출했던 작품들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말 그대로 밑바닥부터 ‘독하게’ 배운 중국이나 대만 업체들의 경쟁력도 날로 향상되고 있다. ‘완미세계’(중국)와 ‘황이온라인’(대만)이 동접수 10여만명을 기록한 가운데, ‘무림외전’의 경우 롤플레잉 게임 부문 3위권에 진입했다(시장 조사기관 바하무트 기준). 첸 COO는 “특정 게임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따라하기식 ‘미투’ 작품이 나오자, 처음에는 한국 기업들이 이를 간과했다”면서 “이후 차곡차곡 기술력을 쌓은 경쟁업체들이 이젠 빛을 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만 내 한국 게임의 경쟁력은 ‘쓸만하다’는 게 현지의 중론이다.
지난해 추석 무렵 ‘메이플스토리’ 상에 한국의 명동 개념인 시먼팅(西門町)을 담은 맵이 등장했고 최고 명절마다 관련 음식과 의상이 반영되면서 대만 유저들의 충성도는 더욱 높아졌다. 달을 바라보며 펫으로 나온 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는 장면은 스크랩 숫자만도 엄청났다. 현지화야말로 시공간을 초월하는 근원적인 해답인 셈이다.
첸 COO는 “게임의 국적은 한국이지만 서비스의 주체는 대만인 만큼, 유저들에게 더 많은 현지화 콘텐츠를 심어줘야 게임과 자신을 동질화할 수 있다”면서 “글로벌 기준과는 별도로, 현지 유저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길만이 콘텐츠를 판매할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서비스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하는 대만 게임기업이 많은 만큼, 현지 유저들의 콘텐츠 요구를 반영할 플랫폼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게임에 대한 호감과 가족이 함께 게임을 즐기는 자연스러운 문화는 한국 게임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엄존함을 보여준다. ‘리니지’에서 시작한 대만 온라인 게임의 역사는 ‘와우’를 지나 현재 ‘루니아전기’와 ‘메이플스토리’, ‘마구마구’, ‘스페셜포스’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대만시장이 최근 캐주얼 게임으로 장르 다변화가 시도되는 가운데 한국산 게임의 경쟁력도 한층 강화되는 모습이다. 캐주얼게임 부문에서 상위 10위에서 총 9개 작품이 한국발(發)이다.
게임에 대한 개방적인 인식은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장르에 대한 수요로 이어진다. 첸 COO는 “‘오디션’처럼 한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캐주얼 게임이 근래 대만에 진출했다”면서 “장르 다변화가 봇물을 이룬 만큼 한국 게임기업도 이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타이페이(대만)=김수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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