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뜻 보면 영락없는 친할아버지와 손녀 사이다. 하지만 이들은 오랫동안 빙판 위에서 고락을 함께 한 코치와 선수다. 이들이 피겨계의 주목을 받고있다. 주인공은 이광영(62) 코치와 최연소 국가대표 김현정(16·방산중).
유일한 중학생 국가대표 김현정은 11일 고양 덕양어울림누리 빙상장에서 열린 KB국민은행 피겨챔피언십대회에서 130.69점을 기록하며 준우승, 피겨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비록 3월 세계선수권 출전권이 주어지는 1위는 놓쳤지만 시니어 무대 데뷔전에 거둔 눈부신 성적이었다.
김현정과 그의 코치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려 46세 차이 때문만은 아니다. 이광영 코치는 바로 한국 피겨선수 가운데 최초로 올림픽에 출전했던 ‘피겨 1세대’다. 1968년 프랑스 그레노블 동계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했다. 함께 출전한 여자 선수로는 김혜경 이현주가 있었다. 1894년 피겨스케이팅이 이 땅에 처음 소개된 후 64년만에 국제무대에 첫 참가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 코치는 “당시 26명 선수가 나왔는데 당연히 꼴찌를 했다”며 껄껄 웃었다.
김현정은 ‘김연아 장학생’으로 유명하다. 김연아(18·군포 수리고)가 두 차례에 걸쳐 피겨 꿈나무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는데, 김현정은 가장 높은 가능성을 보이며 두 차례 모두 장학금 수혜자가 됐다. 지난해 가을에는 온세텔레콤으로부터 2년간 훈련비와 국제대회 출전비 전액을 지원받는 등 가장 유망한 ‘포스트 김연아’로 각광받고 있다. 145㎝의 작은 키로 펼치는 깔끔한 점프와 속도감있는 스핀 등이 장점. 날렵하고 유연한 기술은 ‘14세 피겨천재’ 캐롤라이나 장(미국)을 연상케 한다. 김현정은 “표현력을 좀더 길러 연아 언니처럼 멋진 피겨 선수가 되겠다”며 활짝 웃었다.
고양=조범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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