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둘러싼 대립은 ‘영화는 영화로 봐야한다’는 영화관계자 및 일부 언론·평론가들과 ‘영화를 판단하는 건 어디까지나 관객’이라며 전문가 집단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일반 관객들이 양갈래로 나뉘는 양상이다. 개인 차에 따라 후자에 속하는 전문가, 전자에 속하는 일반 관객도 있지만, 대체적인 갈등은 ‘전문가’ 대 ‘일반 관객’이라는 성향을 띠고 있다.
‘전문가’ 집단은 ‘디 워’가 CG는 훌륭하나 스토리는 별로라는 점, 연기자들의 연기가 수준 이하였다는 점, 엔딩 크레딧에 실린 심 감독의 ‘넋두리’는 빗나간 애국주의 마케팅이라는 점 등을 들며 이 영화를 혹독하게 악평했다. 독립영화 ‘후회하지 않아’의 이송희일 감독과 김조광수 제작자 등은 온라인에 올린 글을 통해 ‘디 워’ 지지 현상에 대한 유감을 표명, ‘검색어 순위 1위 인물’로 거듭났으며, 이 외 영화제작자들이 ‘디 워’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사실도 각종 기사와 블로그 글들로 인해 널리 알려졌다.
네티즌은 이를 ‘심 감독을 왕따시키는 행위’로 해석했다. 악플만을 일삼는 악플러 뿐만 아니라 장문의 논리적인 글을 써왔던 전문 블로거까지 합세해 ‘디 워’ 현상을 깍아내리는 현실에 대해 이들 네티즌들은 ‘영화에 결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까지 깎아내릴 문제는 아니며, 어디까지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관객이 선택해야 할 문제’라는 요지의 글을 올리고 있다. 또 ‘디 워’에 대한 열광을 애국주의 마케팅에 이용당하는 것’으로 풀이하는 영화관계자들의 분석에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고 있다. ‘CG가 훌륭해서 영화를 본 것일 뿐’이라고 일축하거나 ‘애국주의가 어때서’라는 반응이 엇갈린다. 대중문화전문 블로거 펭도(본명 조성도·24)는 “내가 작품이 아니라 감독을 보고 ‘디 워’를 관람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심형래의 인간승리가 보고 싶어 극장에 갔다는 게 봉준호의 신작을 보고 싶어서 영화를 선택한 것과 뭐가 다르냐”고 반문했다.
영화를 ‘영화’로만 보는 전문가와 영화를 ‘문화상품’으로 해석, 다양한 감정을 투사해 즐기는 대중의 입장 차가 두드러진 대목이다. 이는 또 최근 스크린쿼터 폐지를 둘러싸고 영화관계자들이 ‘애국주의’에 호소한 데에 일반 관객이 ‘영화적 완성도’를 운운하며 싸늘하게 응했던 사례와 정반대의 모양새라 몇달 사이에 뒤바뀐 입장차가 흥미로운 지점이기도 하다.
어떻게 결론이 나든 ‘디 워’ 현상은 국내 대중문화의 흐름을 읽어내는데, 터닝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중문화 관계자들은 이번 ‘디 워’ 공방에 대해 “그동안 ‘칼보다 강한 펜’을 지녀왔던 전문가 집단에 대해 일반 대중이 독자적인 노선을 선택했음을 강조하는 의미있는 현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혜린 기자 rinny@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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