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거요?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최동탁씨가 첫 번째 조건을 이행하신다면 두 번째 조건은 무효가 되어버리니깐요.”
딴은 그렇다. 어차피 2억 20억도 아니고 그깟 2천 몇 백만원을 하루에 다 못쓰랴 싶었다.
동탁은 을이라 쓰여진 곳에 “최동탁”이란 이름을 큼지막하게 써 넣었다.
이로써 계약은 성립되었다.
“정확히 오늘 밤 자정에 최동탁씨 명의로 된 통장과 신용카드가 배달될 겁니다. 그 통장에 하루에 24,606.331원씩 4일 동안 입금되고 물론 마지막 날엔 3원이 더 입금될 겁니다. 그리고 돈을 지불하실 땐 반드시 동봉된 신용카드로 지불하시기 바랍니다.”
“신용카드로요?”
“네, 반드시. 그래야 저희가 최동탁씨가 정확히 그 돈만큼 쓰셨는지 확인 가능하니까요.”
딴은 그렇다. 동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귀가 안 맞으면 먹어버리기라도 하려고 했는데, 그렇게는 못하겠군.
검은 선글라스가 동탁의 사인이 든 계약서를 탁탁 접으며 말했다.
“자, 그럼 이제 시작해 볼까! 우린 이 계약을 게임이라 부르지요” “게, 게임이요?”
“그래요, 게임. 최동탁씨, 이 게임 제목이 뭔지 아시요?
“?”
“크,레,이,지. 크레이지 게임.”
순간 동탁은 등골이 오싹했다. 게임이라니, 그것도 미친.
“최동탁씨, 63빌딩 수족관에 있었다는, 눈 마주치면 행운이 온다는 그 거북이 말이요, 내가 어떻게 했는지 아시오?”
“?”
“냉큼 잡아 먹어버렸오. 으하하하…”
동탁은 선글라스가 떠난 고수부지에 혼자 우뚝 서있었다.
갑자기 세상에 좀 전과는 달라보였다. 저 63빌딩에 부딪치는 햇빛도, 한가하게 떠가는 한강 유람선도 그 안에서 한껏 웃고 있는 저 연인들도 자신과는 무관한 세상의 사람들 같았다.
동탁이 차가운 바람에 정신이 들었을 때 당장에 집에 갈 차비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기랄, 돈 없는 것, 지친다 지쳐. 게임이든 계약이든 받아들이기로 한건 잘했어.
그날 밤, 정확히 자정, 동탁의 핸드폰에 메시지가 떴다.
〈우편함에 내려가 보시오〉
우편함 속에는 24,606,331원이 입금된 통장과 신용카드, 그리고 메모. 메모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게임 스타트!〉
[소설-크레이지 게임]전체보기
글 류성희 · 그림 이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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