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녹여낸 ''웰빙태권도'' 무도관

전통 충효사상 전파20여년간 한국혼 전수
인종갈등 해소 앞장마약퇴치 등 사회봉사
①충효 태권도 학교
전세계에서 태권도를 수련하는 인구는 6000만명이 넘는다. 태권도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조만간 1억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태권도 한국’의 이미지는 1970∼80년대 미국과 유럽등에 진출한 태권도 사범들이 땀흘려 노력한 성과다. 종주국인 한국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태권도 유단자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바로 미국. 본지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태권도장이 설립돼 있는 캘리포니아주 현지 취재를 통해 ‘태권도 한류’ 현황을 세 차례에 걸쳐 알아본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한국인들은 불법 체류자를 포함해 100만명에 육박한다. 이곳 한인 타운 한복판인 윌셔 대로 인근에 설립된 충효 태권도학교(관장 정종오)는 20여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이 도장에선 한의학 박사인 정종오 관장이 태권도와 한의학을 접목시켜 ‘웰빙 태권도’를 전파하고 있다.

●한국의 충효 사상을 전파=“태권도에는 두가지 큰 맥이 있는데 세계태권도연맹(WTF)와 국제태권도연맹(ITF)은 각기 다른 원칙에 따라….”
지난 10일(현지시간) 오후 충효 태권도학교 본관에는 20여명의 관원들이 정종오 관장의 강의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세계 태권도 현황에 대한 강의를 끝낸 정 관장은 바로 수련을 시작했다. 태권도의 기본 동작인 앞차기, 손날바깥치기 등을 연습하더니 곧 이어 겨루기로 들어갔다. 검은 띠를 맨 4명의 사범들은 정 관장의 구령에 맞춰 영어, 일어 등 관원들의 국적에 맞는 언어로 지도를 했다.
이 도장은 LA의 베벌리 힐스 인근에 지관을 두고 있고 전체 관원수만 100여명이 넘는다. 정 관장이 1984년 LA에 도장을 설립한 이후 꾸준한 수의 관원이 유지되고 있는 비결이 궁금했다.
“태권도 뿐만 아니라 우리 전통사상인 충효를 전파해야겠다는 생각에 교민 자녀들을 대상으로 정신적인 교육을 강조하기 시작했지요.”이후 그는 도장을 멕시코인 거주지에서 한인 타운쪽으로 옮겼고, 교민 자녀들에게 한국의 혼을 심어주면서 새로운 보람을 찾게 됐다.




●태권도,인종갈등 해소에도 한몫=1992년 4월 29일 밤 LA에서 터진 흑인 폭동은 이곳을 터전 삼아 살아온 한인 상점들에 엄청난 피해를 안겼다. 한·흑간 갈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쌓인 감정의 골이 원인이었다. 정 관장도 이런 사태를 예견한 교민중에 한 사람이었다. 이 때문에 그는 일찌감치 흑인들에 대한 태권도 전파를 실천해왔다.
LA 사우스 베이에 있는 흑인 밀집 지역에서 85년부터 LA 흑인폭동 전까지 무료로 태권도 지도를 했던 정 관장은 700여명의 흑인 관원들 가운데 ‘한국통’을 많이 육성한 것을 큰 성과로 꼽는다. 태권도를 배운 흑인 관원들은 한국말도 제법하고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갖게 돼서 LA폭동 당시에는 인근 한인상점을 피해로부터 보호해 주기도 했다.
충효 태권도학교의 벽에는 각종 상패와 표창장들이 장식돼 있는데 LA시와 시의원회 등에서 수여한 감사패도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 태권도장을 통해 거둔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마약퇴치 기금 등으로 꾸준히 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LA=김종수 기자

sweeper@sportsworldi.com


정종오 관장이 ‘김치장군’에 출연하는 키마리 존슨에게 몸통막기와 한손날 막기 등 방어기술을 직접 지도하고 있다. LA= 김두홍 기자

태권도영화 ''김치장군'' 제작

''주연''칼윤·키마리 존스 맹훈련중

‘태권도를 소재로 한 영화가 미국에서 제작된다.’
미국 LA에서 활동하는 강영만 감독이 제작중인 ‘김치장군’이란 영화에는 한인 배우 칼윤이 주연으로 출연한다. 또 미국 여배우 키마리 존슨은 이 영화 출연을 위해 충효태권도학교에서 태권도를 수련 중이다.
미모의 여배우는 태권도 수련의 효과(?)를 묻는 질문에 “한달 남짓 배웠는데 몸과 마음의 균형을 찾아주는 것 같아 너무 즐겁다”며 “몸매를 가꾸는데도 만점이어서 더 많은 것을 얻게 되길 기대한다 ”고 말했다.
‘김치 장군’이란 영화는 시금치를 먹으면 힘이 나는 뽀빠이에서 모티브를 따와 김치를 먹으면 초능력이 생긴다는 다소 황당한 스토리로 구성된 코믹 액션물.
2005년 뉴욕국제 독립영화제 액션 장편영화상을 받기도 한 강영만 감독은 정종오 관장을 자신의 영화 ‘소프 걸 ’,‘퍼스트 테스트먼트’등에 출연시키며 인연을 맺게 됐다. 이밖에도 정관장은 차인표 주연의 한국영화 ‘아이언 팜’에도 조연으로 등장했다. 정 관장은 “태권도 홍보 차원에서 가끔 액션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하고 있다”고 밝혔다.
LA= 김종수 기자






●정종오 관장 인터뷰

허약체질 벗어나려 입문, 10년공부…동양의학박사 세로운 수련법 계속연구

“몸이 약해서 배우기 시작한 태권도를 업으로 삼아온 지 20년이 넘었네요.”
전남 보성 출신인 정종오(사진) 관장은 뜻밖에도 유년시절 동네에서 유명한 약골이었다고 고백을 했다. 허약한 아이를 강하게 키우자는 부모님의 권유 때문에 태권도를 배우게 된 것. 정 관장은 한때 교단에 섰던 교육자 출신. 이후 대한항공 보안승무원으로 활동하다 미국에 이민을 오게 됐다.
“81년에 미국 LA로 이민와서 우연한 기회에 한의학을 공부하게 됐어요. 이후 10년 가까이 대학과 대학원을 다닌 뒤 동양의학 박사학위까지 따게 됐습니다.”
그는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태권도장에 오는 수강생들에게 동양의학의 우수성도 전파하며 ‘건강에 좋은 태권도’란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정 관장은 “태권도는 한국문화를 세계로 알리는데 가장 좋은 수단이 될수 있다”며 “어쩔수 없이 영어로 지도 할때도 있지만 태권도 용어는 한국어로 가르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태권도를 배우는 사람은 누구나 한국에 대한 친밀감을 갖기 마련”이라며 “한국 정부 차원에서도 민간 외교관인 태권도 사범을 통해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 볼만 하다”고 조언했다.
정 관장은 “앞으로 웰빙과 다이어트등 새로운 분야와 접목시킨 태권도 수련방법 등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LA= 글 김종수, 사진 김두홍 기자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