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MBC 수목드라마 ‘궁’(극본 인은아, 연출 황인뢰)이 화제다. 21세기까지 대한민국의 입헌군주제가 유지되고 있다는 독특한 설정, 그에 맞게 화려하게 꾸며진 세트장과 중견 연기자들의 안정된 연기, 통신 용어의 과감한 활용 등 ‘궁’에는 화젯거리가 풍부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은 드라마에 처음 도전하는 주연들의 연기력이다. 최근 ‘궁’의 촬영이 한창인 경기도 오산 세트장에서 두 주인공 윤은혜와 주지훈을 만났다.

―연기에 도전한 소감은.
▲은혜 : 잠을 많이 못자고 대본도 그때 그때 나와서 힘들다. 하지만 사람들이 내 연기를 인정해줄 때 기분이 좋다. 첫 방송 땐 너무 떨려 불을 꺼놓고 혼자 봤는데 이제는 다음 방송이 기다려진다.
▲지훈 : 노래방에서 내가 노래한 걸 녹음해서 들으면 민망해서 죽고 싶을 정도인데 지금 내 심정이 그렇다. 내 연기의 단점만 보인다.
―자신의 연기를 평가하자면.
▲은혜 : 내가 애드리브와 다양한 표정 연기는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눈 깜빡임이나 시선 처리, 발음 문제 등 고칠 점이 많다. 남들에겐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점도 나에게는 크게 보인다.
▲지훈 : 실제 연기와 화면에 나타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실감한다. 여자 연기자들한테 끌려나가는 장면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분들 팔에 멍이 들 정도로 완강하게 저항했었다. 그러나 화면으로 보니 내가 내 발로 걸어나가는 것 같더라. (웃음) 포즈가 중시되는 모델 일에 익숙해져 아직 카메라 앞 움직임에 어색한 것도 고쳐야 한다.
연기는 아직 미숙하지만 이미지는 신이의 캐릭터와 잘 맞는 것 같다. 신이는 처음엔 무뚝뚝하고 차갑지만 채경과 가까워지면서 밝고 활발한 인물로 변할 것이다. 감독님께서 내가 가만히 있으면 차가워 보이고, 웃으면 해맑아 보인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신 것 같다. 내가 극중 신이가 가져야 할 양면을 모두 가진 셈이다.
―실제 성격은 연기하고 있는 캐릭터와 비슷한가.
▲은혜 : 비슷한 면이 많지만 채경이 더 철이 없는 것 같다.
▲지훈 : 사람들과 접촉을 많이 하지 않고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것이 비슷하다.
―서로에 대한 느낌은.
▲은혜 : 주지훈은 굉장히 밝고 엉뚱하다.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다음엔 활발한 역할을 맡으면 잘 어울릴 것 같다.
▲지훈 : 윤은혜는 진짜 채경이 같다. 그룹 활동을 했을 땐 몰랐던 개인적인 매력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산=이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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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MBC

궁의매력 15억 호화궁전·화려한 영상 대한민국에 아직까지 입헌군주제가 유지되고 있다면? 드라마 ‘궁’의 설정은 누구나 호기심을 가져보기에 충분하다. ‘궁’은 독특한 설정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황태후가 ‘내 이름은 김삼순’을 보고 웃는 장면이나 황태자가 승용차를 타고 고등학교에 등교하는 장면은 ‘궁’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다양한 볼거리 역시 그 설정을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경기도 오산의 700여 평의 대지에 15억원을 투자, 현대적 궁중의 모습을 완벽하게 그려낸 세트장은 ‘궁’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매력이다. 세트장 내부엔 고가의 소품들이 가득하다. 1000만원을 호가하는 소파와 수백만원짜리 탁상 등 스태프들도 긴장하며 다뤄야 하는 물건들이 많고, 그 중에는 인간문화재가 직접 제작한 것도 있다고 한다. 관계자에 따르면 소품의 가치를 모두 돈으로 환산하면 40억원 이상이라고 한다. 뛰어난 색감을 자랑하는 화면 속 궁중의 모습은 그 값어치를 충분히 하고 있는 듯하다. 세심한 연출도 눈에 띈다. 왕실이 존재하는 해외 사례를 분석, 극중 황태자에 적극 차용하고 있다. 드라마 속 신이가 좋아하는 ‘알프’라는 흰색 곰 인형은 영국 찰스 황태자가 어릴 때부터 갖고 다니던 인형에 집착하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외로우면서도 자유를 갈망하는 신이 캐릭터에 잘 맞기 때문이다. 곰 인형은 신이의 심리상태도 대변하고 있다. 신이가 우울할 땐 인형이 눈을 가리고 있고, 심경이 복잡할 땐 인형이 턱을 괴고 있다. 원작의 만화적 화법도 최대한 살렸다. 장면을 설명하는 정보를 자막으로 처리하는 기법이나 당황한 여주인공이 갑자기 음성 변조 목소리를 내는 등의 과감한 시도가 이어진다. 만화의 묘미를 살리면서 드라마에 신선함을 불어넣은 것이다. 이렇게 ‘궁’에는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요소가 많다. 주연의 연기력 논쟁과 통신용어 남발 등의 논란과는 별개로 ‘궁’이 원작의 기발한 발상을 제대로 소화하고 있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 이혜린 기자 rinny@sportsworldi.com

궁의 엽기걸·황태자 뻔한 스토리 인기만화 ‘풀하우스’의 앨리는 지적이고 도도한 여성이었다. 그래서 앨리가 부유하고 잘생긴 배우, 라이더와 대등하게 펼치는 감정싸움은 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이를 드라마화한 KBS ‘풀하우스’의 한지은은 무식하고 단순했다. 라이더는 ‘싸가지’ 없고 마초적인 이영재가 됐다. 청춘 드라마 속 주인공은 최대한 퇴행해야 하는 것일까. 2년 후 안방극장을 찾은 또 한편의 드라마 ‘궁’의 신채경 역시 단순하다. 만화 속에서 나름의 고민을 안고 있던 채경의 모습은 드라마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차가운 듯 하면서도 악동 기질이 있는 만화 속 남자 주인공 역시 드라마에서는 ‘싸가지 없음’으로만 일관하는 평면적인 캐릭터가 됐다. 입헌군주제라는 독특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궁’ 속 주인공의 성격은 기존 드라마의 ‘엽기 발랄한 여성’과 ‘차가운 재벌 2세’ 캐릭터를 그대로 재탕하는 듯한 양상을 보인다. 이들을 둘러싼 4각 관계 역시 식상하다. 첫 회만 봐도 앞으로의 사건 전개가 충분히 예상되는 것이다. 어른이 되는 것을 거부하는 키덜트(kid+adult) 문화가 사회 전반적으로 자리잡았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철없는 행동을 일삼으며 인기를 모으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런 캐릭터들이 빚어내는 코믹한 에피소드에만 치중하면 스토리에 힘이 빠진다는 것이다. ‘궁’이 볼거리는 많지만 몰입할 만한 요소가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원작을 각색하는 과정에서 캐릭터에 참신함을 더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설정은 설정일 뿐, 다양한 캐릭터들이 탄탄한 이야기 구조를 지탱해내야만 드라마 ‘궁’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황용희·이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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