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요할 때 한번, 김성욱(SSG)의 방망이가 그렇다.
프로야구 SSG 외야수 김성욱이 11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의 2025 KBO 포스트시즌(PS)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2차전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날 7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9회말에 승부를 끝장내는 시원한 굿바이 솔로포로 팀의 4-3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엎치락뒤치락 치열했던 승부가 계속되던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이었다. SSG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3-2로 눈앞에 왔던 승리가, ‘클로저’ 조병현의 블론세이브(1이닝 1실점)에 의해 멀어질 것 같았기 때문. 설상가상으로 삼성이 외인 에이스 아리엘 후라도를 9회말에 구원등판 시켜 필승조를 소진한 SSG를 압박하기까지 했다.
절체절명의 위기, 김성욱이 뚫었다. 후라도를 마주한 9회말 1아웃 주자 없는 상황, 존 한복판에 몰린 후라도의 시속 149㎞ 패스트볼을 공략해 좌측 담장을 쏜살같이 넘어가는 라인드라이브 홈런을 작렬시켰다. 맞자마자 모두가 탄성을 내지른 깨끗한 아치는 준PO 역대 4번째이자 PS 12번째 끝내기 홈런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데일리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는 당연히 그의 차지였다.

흠뻑 맞은 물세례를 닦아내고 취재진과 만난 김성욱의 표정에는 밝은 미소가 서렸다. 그는 “후라도가 올라오는 걸 수비 끝나고 갑자기 전해 들었다”며 “시즌 때 후라도의 공을 잘 친 기억이 없었는데, 그냥 ‘나가면 치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타석에 섰다. 비슷한 볼 오면 자신 있게 돌리자는 생각만 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홈런 상황을 복기했다. “무조건 넘어갔다고는 생각했다. 휘지만 말라고 생각하고 뛰었다”는 미소도 함께 곁들여졌다.
시즌 도중 트레이드로 합류한 그의 굴곡진 2025시즌도 함께 조명 받는다. NC 창단 멤버 출신인 그는 지난 6월 7일 트레이드로 프로 두 번째 유니폼을 입었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보름 만에 옆구리 부상을 입는 등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정규시즌 성적도 56경기 타율 0.195 2홈런 13타점 등으로 초라했던 게 사실이다.
김성욱은 “나갈 때마다 항상 잘하려고 노력했는데 잘 안 됐다. 다치기도 많이 다쳤다. 올해처럼 많이 아팠던 게 처음이라 죄송스러웠다. 그래도 오늘 홈런으로 조금 만회한 것 같아 다행”이라는 진솔한 한마디를 건넸다.
페넌트레이스는 아쉽지만, 가을에 연신 찍어대는 눈도장의 임팩트는 분명 강렬하다. NC 시절인 2023년 준PO 1차전, 현 소속팀 SSG를 적으로 마주해 로에니스 엘리아스를 무너뜨리는 8회초 투런포로 반짝 빛났던 기억도 생생하다.
“1차전부터 코치님께서 (2023년처럼) 똑같이 한 번 해달라고 하시더라”고 웃은 그는 “어쨌든 이렇게 비슷한 상황이 나와서 좋았던 기억을 계속 갖고 있었다”고 전하며 기분 좋은 PS 흐름을 이어가는 부분에 만족스러움을 드러냈다.
확 살아난 팀 분위기, 이대로 준PO 시리즈 전체를 얻기 위해 달려갈 때다. 김성욱은 “ 정규시즌보다는 상태가 나아진 편”이라며 “2차전에서 또 (선발로) 나갈지 아닐지는 모르지만, 나가게 된다면 오늘 같은 활약을 하도록 준비하겠다. (벤치에서) 뒤로 나가게 되면 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에 맞춰 잘 준비하겠다”는 굳은 시리즈 각오를 띄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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