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토크] S.E.S. 슈, 5년 침묵 깬 솔직한 고백 “혼나는 건 당연, 사회로 한 발 내딛어보려 한다”

극단적 생각까지 했지만...평범한 일상의 소중함 깨달아
제 발로 도박문제관리센터 찾아가 홍보대사로..."이젠 피하지 않아"

“제가 잘못해서 혼났던 것은 당연하다. 응원해주시는 팬분들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긴 시간 저를 지켜봐준 가족을 위해서 제가 한 발 더 사회로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1997년 그룹 S.E.S.로 데뷔한 슈는 1세대 ‘국민요정’으로 불린다. ‘아임 유어 걸(I'm Your Girl)’, ‘드림스 컴 트루(Dreams Come True)’, ‘너를 사랑해’, ‘러브(Love)’, ‘저스트 어 필링(Just A Feeling)’ 등 발표하는 곡 마다 90년대 히트송이 됐다.

 

2010년엔 농구선수 임효성과 결혼, 그해 아들 유를 얻었고 이후 쌍둥이 딸 라희, 라율을 낳았다. 육아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단란한 일상을 공개하며 전성기 못지않은 인기를 얻었다. 그랬던 그녀가 무대에서 사라졌다. 그 긴 시간 동안 그녀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오랜 침묵을 깨고 인터뷰 자리에 앉은 슈는 “지금 이 자리에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깍지 낀 두 손과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꽤 단단하다.

 

한때는 집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두려웠던 그녀가 다시 사람들 앞에 서기로 마음먹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문턱 하나 넘는 것도 무서웠던 나날들

 

2019년 재판에서 슈는 총 7억 9000만 원이 넘는 거액의 상습 도박을 한 혐의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받았다. 알고 보니 슈를 카지노로 부른 지인과 사채업자, 카지노에서 돈 빌려주는 사람이 한 크루였다고. 검사는 슈가 소위 도박판에서 말하는 ‘작업’을 당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슈는 변명하지 않는다. 말하는 대로 믿고, 유혹을 이기지 못한 것도 결국 자신의 탓이다.

 

“자책을 했다. 사실 그땐 집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무서웠다. 방의 문턱 하나 넘는 데도 뭔가 마음을 먹어야 했다.”

 

슈는 당시를 떠올리며 ‘마음이 죽어있었다’라고 돌아봤다. 아이들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방에 들어가면 많이도 울었다고. 뒤이어 이혼설, 그룹 불화설 등 수많은 루머와 비난 댓글들이 쏟아졌지만 해명 없이 돌팔매를 맞았다. 대중에게 실망을 끼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버티려고 여러 방법을 썼다. 그때는 말할 사람도 없었다. 억울하다기보다는 ‘내가 정말 잘못했구나’라는 생각이 컸기 때문에 저에게 벌어진 일들이 당연하다 생각했다.”

 

폭풍 같은 시간을 지나며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 “잘못된 선택을 하고 난 뒤에 중환자실에서 눈을 떴다. 아이러니하게 따뜻한 커피가 마시고 싶더라. 이젠 커피 한 잔의 고마움을 안다.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단 생각을 매일 한다.”

 

◆사회봉사를 통해 배움을 얻다

 

슈는 천안시장애인보호작업장 꽃밭에서 사회봉사 시간을 충실히 보냈다. 그동안 마음이 가난해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봉사활동을 함께한 분들이 ‘언니 TV 언제 나와요?’, ‘노래 또 할 거예요?’라고 물어보니 ‘내가 그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룹으로 활동할 때 노래를 틀어놓고 일해주는 그분들 덕분에 힐링도 되고 여유라는 걸 찾았다.”

 

앞으로 문제를 해결함에 피하지 않겠단 마음을 먹었다. 그 첫발은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의 홍보대사로 비슷한 처지에 놓였던 이들에게 해결 방안을 공유하는 것이다.

 

스스로 도박문제관리센터를 찾아가 홍보대사 활동을 시작했다. “센터에서도 깜짝 놀라셨다. 자기 발로 찾아온 사람은 처음이라고 하시더라. 센터분들과 이야기를 하며 성인뿐만 아니라 청소년 도박 사이트까지 성행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저랑 같은 과정을 겪고 있는 사람들, 낭떠러지에 떨어진 사람들에게 상담부터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DM으로 사연을 보내는 사람들을 보며 더 큰 책임감을 느꼈다. 지하철에 붙은 자신의 사진을 보면서도 부끄러운 과거지만 “피할 수 있는 현실이 아니”라고 받아들였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에서 제안한 모델비는 받지 않았다. “저보다 더 도움이 필요한 곳에 쓰시라고 했다. 협회에서는 뭐라도 해주고 싶어 하셨는데 괜찮다고 했다.”

 

◆병풀에서 찾은 열정

 

현재 슈는 건강식품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병풀(시카)을 원료로 한 제품 개발에 애정을 쏟고 있다. 대중에게 병풀 화장품은 익숙하지만 건강식품은 익숙지 않다. 원료에 대한 자신감으로 대중적인 건강식품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눈이 반짝인다. 

 

“예전에 일본에서 ‘채소의 진실’이라는 번역판을 냈다. 아이들이 생기니 채소나 가드닝에 관심이 많아지더라. 제가 공부를 해보니 병풀은 뇌 영양소다. 치매, 항우울증, 불면증, 기억력에 좋아서 나이에 상관없이 좋은 식물이었다.”

 

국내산 병풀을 재연 재배하는 밭에서 농약 없이 키운 원료를 사용한다. “모종부터 내 아이를 다루듯이 봐왔다. 이 작업을 하며 기쁘고, 사진 촬영, 영상 앵글 하나도 제가 참여한다. 하나의 아이를 키우는 것처럼 애정을 다해서 만들고 있다.”

 

◆날마다 행복하게…“심장이 뛰는 하루를 살고 싶어요”

 

아이들을 위해 다시 문 밖을 나섰다. 행복에 대한 기준도, 성공에 대한 기준도 바뀐 지금. 슈는 어떤 인생을 꿈꾸고 있을까. “저는 그냥 건강했으면 좋겠다. 건강한 마음, 건강한 정신. 제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 같다. 스타가 되고 싶다는 욕심보다는 좋은 사람들과 열정 있게 심장이 방방 설레면서 뭔가 작업을 하고 싶어요. 창작을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인생을 같이 사는 것 같다. 사춘기 때부터 저를 지켜봐 준 분들이 인생을 함께하고 있다. 이제 마흔이 넘어 그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이 그때를 떠올리며 너무 행복해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동반자처럼 함께 시간 보내면 좋겠다. 노후에 ‘그때 그랬는데’ 하면 너무 뿌듯할 거 같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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