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6·27 대출규제에 이어 9·7 공급대책을 내놓았지만 부동산 과열 양상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에 정부가 대출규제 강화, 공시가격 현실화율 등 후속대책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9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등이 추가적인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물밑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묶는 것을 골자로 한 6·27 대출규제와 공공 주도 주택 공급을 추진 등의 내용을 담은 9·7 공급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대책 발표 직후 반짝 효과를 봤을 뿐 최근 집값 상승세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 일부 지역 집값이 다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다섯째 주(9월 2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직전 주 대비 0.27% 올랐다. 성동구(0.78%), 마포구(0.69%), 광진구(0.65%) 등 강북 한강 벨트가 계속 강세를 보이며 상승 폭을 확대하는 가운데 서울 25개 자치구 모두 오름폭이 커졌다. 아파트값 상승 폭은 9월 한 달 동안에만 1주 0.08%에서 2주 0.09%, 3주 0.12%, 4주 0.19%, 5주 0.27% 등으로 계속 확대되는 양상이다. 경기에서도 성남 분당구(0.97%)가 직전 주 대비 상승 폭을 0.33%포인트 키웠고 과천시(0.54%)도 오름폭이 0.31%포인트 확대되며 가격 강세를 이어갔다. 정부가 고강도 대출규제를 담은 6·27 대책을 발표한 뒤 고가 아파트 거래 수요가 한동안 제어되는 듯 보였으나 갭투자(전세 낀 매매)가 가능한 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상승세가 커지는 양상이다.
이에 추석 이후 정부가 추가 규제책을 발표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 역시 얼마 전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9·7 공급대책 발표 이후에도 한강 벨트를 중심으로 서울 집값이 오르는 것과 관련해선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하는 게 당연하다”며 “계속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관심을 끄는 건 정부가 ‘세제 카드’를 어느 정도로 꺼내 들지다. 금융당국과 국토부는 ‘보유세 강화’의 필요성을 부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윤덕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장관이 아닌 인간(개인) 김윤덕으로서는 보유세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주무 부처인 세제 당국은 부작용을 우려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 내에서도 대출규제 및 공급 확대뿐만 아니라 세제 조치까지 ‘3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의견과 세제를 섣불리 꺼냈다가는 오히려 부동산값 폭등을 자초하면서 정권 기반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가능하면 세제를 부동산 시장에 쓰는 것을 신중히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공시가격 현실화율 또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간접적인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시행령 개정 사안이어서 세법 개정 없이 가능하다.
대출규제도 한층 더 강화할 분위기다. 금융당국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체계 내에서 대출 한도를 줄이는 방안을 다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DSR은 차주의 연간 소득 대비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이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다. 현재 은행권 기준으로는 40%를 초과할 수 없다. 금융당국은 이 한도 자체를 낮추거나 전세대출·정책대출 등 그동안 예외로 둔 영역에도 DSR을 적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현행 40%인 DSR 한도를 35%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주담대 한도를 현재 6억원에서 4억원으로 낮추거나 특정 주택가격 초과 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0%를 적용하는 방안 등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규제지역 확대 방안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서울 성동구와 마포구 등 한강 벨트 권역 및 경기 성남시 분당구 등 가격 오름폭이 두드러지는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 지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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