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한체육회 승인도 아직인데… ‘국가대표’ 간판 내건 MMA 치킨게임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 사진=마이크로소프트 Bing Image Creator

 

2026 아이치·나고야 하계 아시안게임(AG)에서 정식 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종합격투기(MMA)가 시작 단계부터 잡음에 휩싸였다. 대한체육회 승인도 받지 못한 두 민간 단체가 ‘국가대표’를 자처하며 각자 선발전을 강행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MMA는 1년 앞으로 다가온 아이치·나고야 AG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지난 2월 중국 하얼빈서 열린 집행위원회에서 이를 최종 승인한 바 있다. 문제는 국가대표 선발전이라는 문패를 내걸고 각각 다른 단체에서 따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MMA총협회는 지난 13일 전북 정읍에서 1차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렀고, 추후 결선 개념의 2차 대회까지 검토 중이다. 그러자 대한MMA연맹 역시 오는 11월1·2일 양일간 충북 청주에서 국가대표 선발전을 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취재 결과 이들은 국가대표를 선발할 자격이 없다. 국민체육진흥법 2조4항에 따르면 ‘국가대표선수’란 대한체육회, 대한장애인체육회 또는 경기단체가 국제경기대회(친선경기대회는 제외한다)에 우리나라의 대표로 파견하기 위해 선발·확정한 사람을 말한다. 경기단체는 대한체육회나 대한장애인체육회에 가맹된 법인이나 단체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지정하는 프로 스포츠 단체를 일컫는다.

 

이어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및 운영 규정 2조 3항에도 ‘국가대표 선수’ 체육회 또는 회원종목단체가 국제종합경기대회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로 파견하기 위하여 선발·확정한 사람을 말한다고 명시돼 있다.

 

대한MMA총협회가 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MMA 국가대표 선발전이 지난 13일 전북 정읍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대한MMA총협회 제공
대한MMA연맹이 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및 국가대표선발전 대비 MMA 룰 세미나가 지난 20일 충북 청주에 위치한 제우스FC 전용경기장 ‘올림푸스 아레나’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대한MMA연맹 제공

 

즉 AG 국가대표를 선발하기 위해서는 대한체육회 회원종목단체로 등재가 돼야 한다. MMA는 현재 정식 회원종목단체를 찾는 과정에 있다. 이에 대한체육회는 지난 5일 신규 회원단체 가입 신청을 공고했다. 접수 마감은 오는 30일까지인데, 두 단체는 24일까지 제출서류 붙임자료 준비 작업 등의 이유로 가입 신청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대한MMA총협회와 대한MMA연맹 모두 국가대표선발 자격이 없는 상태에서 선발전을 치르거나, 치르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엄연한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이다. 대한체육회 측은 “지금은 우리가 관여할 권한이 없다”면서 “특정 단체들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 현시점에서 자격이 없다. MMA 종목 AG 국가대표라는 표현을 쓰는 건 적합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애꿎은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피해를 본다. 어느 쪽을 따라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큰 부담을 안게 될 수 있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왜 벌써부터 선수들을 뽑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두 단체가 자체적으로 선발전을 치렀더라도 그 절차에서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충족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 또한 선택받지 못한 단체가 뽑은 선수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벌써부터 걱정된다. 추후 (적합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한MMA총협회, 대한MMA연맹 측의 이권 경쟁으로 비춰질 수 있다. 다만 양측은 고개를 저었다. “주어진 일정과 향후 검증 절차에 따라 최선을 다해 대한체육회 회원종목단체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게 두 단체의 공통된 입장이다. 그러나 이대로라면 MMA가 어렵게 쌓아 온 ‘스포츠’로서의 성취가 휘청일 수 있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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