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 앞만 보고 달렸던 것 같더라고요.”
좌완 투수 김건우는 ‘떡잎’부터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았다. 구속 자체가 빠른 것은 아니지만 정교한 제구력을 앞세웠다. 제물포고 시절 3년간 40경기 117⅔이닝 동안 144개의 탈삼진을 잡았을 정도. SK(SSG 전신)가 2021년 1차 지명으로 선택한 이유다. 기대가 컸던 탓일까. 생각만큼 성장 속도가 빠르진 않았다. 지난해까지 1군 출전은 8경기(2021년 6경기, 2022년 2경기)에 불과했다. 이후 상무서 군 복무를 마쳤다. 팔꿈치 수술을 받아 재활에 매달리기도 했다.
올 시즌, 조금씩 날개를 펼치기 시작했다. 보다 많은 기회를 받았다.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34경기에 나섰다. 데뷔 첫 승, 첫 홀드 등 의미 있는 장면도 몇몇 만들어냈다. 확실하게 자신의 자리를 꿰찬 것은 아니었다. 기복이 있었다. 좋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가 분명했다. 올해만 세 차례 퓨처스(2군)행 통보를 받았다. 지난달 17일에도 1군서 말소, 재정비 시간을 가졌다. 김건우는 “매번 잘하고 싶었지만, 이 또한 순리라고 생각하며 버텼다”고 귀띔했다.

23일 인천 KIA전. 달라진 김건우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선발로 나서 5⅓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5회까지 단 한 번의 피안타도 내주지 않았을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심지어 12개의 탈삼진을 잡아냈다. 개인 한 경기 최다 기록일 뿐 아니라(종전 7개), 올 시즌 KBO리그 국내 투수(롯데 박세웅, 4월17일 부산 키움전) 최다 타이기록이다. 배터리 호흡을 맞춘 포수 조형우는 “구위 자체가 좋았다. 맘 같아선 직구 사인만 계속 내고 싶더라”고 웃었다.
스스로 터닝포인트를 만들었다. 특히 최근 퓨처스에서 보낸 약 한 달(37일)간의 시간이 보약이 됐다. 김건우는 “그간 너무 앞만 보고 달렸던 것 같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여러 변화를 시도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이중 키킹. 예전과는 다르게 투구 시 공중에서 한 번 더 발을 찬다. 일관성이 있으면 보크가 아니다.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데 효과적이었다. 여기에 시즌 초 좋았던 팔 각도까지 찾으면서 들쑥날쑥했던 밸런스가 맞춰졌다.
하나둘 틀을 깬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보다 긍정적인 생각들을 채워 넣는 중이다. 김건우는 “문제점만 생각하니 점점 독이 되더라. 최대한 좋은 것들을 많이 생각하려 했다”고 밝혔다. 생애 첫 가을야구도 노려볼 만하다. 포스트시즌(PS) 단골손님인 SSG. 올해도 준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정규 3위)을 정조준 중이다. 김건우는 “좋은 리듬을 계속 이어나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가을야구 엔트리에 들 수 있도록 많이 공부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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