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탈출에 푹 빠진 외국인들…‘K-퀘스트 투어’로 발길 잡는다

한국관광공사 새 체험형 관광 콘텐츠
관광객들 한국인 일상 경험 선호
상반기 방탈출카페 소비 1419% ↑
“영화 속 주인공된 듯 몰입감 높아”

실내외 방탈출·스탬프 투어 등
서울·경주·울산서 5개 프로그램
영어·일어 등 지원해 편의성 높여
“차별화된 여행 경험 제공할 것”

“한국에서 해보고 싶은 경험이요? 친구들이랑 다같이 방탈출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요즘 한국을 찾는 젠지 세대 외국인 관광객들은 K-컬처 콘텐츠를 경험하려는 니즈가 크다. 핵심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공간’이 아닌 한국인이 즐기려는 요소를 체험하고 싶어하는 것.

경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마법학교 신입생으로 변신해 ‘사라진 시계’ 방탈출 체험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 떠오르는 의외의 관광 콘텐츠가 바로 방탈출이다. 방탈출은 스스로 공간에 갇혀 탈출을 목표로 주어진 문제를 차례로 풀어 나가는 밀실 추리 게임을 의미한다. 요즘 들어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도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방을 탈출하는 과정 속에서 다양한 스토리를 녹일 수 있어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이 관광 명소 홍보를 위해 이를 지원하는 추세다.

한국관광공사도 새로운 관광콘텐츠로 ‘방탈출’을 주목하고 외국인 관광객도 이를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다각도 지원에 나섰다. 공사에 따르면 일상을 그대로 즐기려는 여행트렌드 ‘데일리케이션(Dailycation)’이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기존 스폿 중심의 관광에서 ▲한국인처럼 여가 보내기 ▲한국인이 선호하는 핫플레이스 등을 추구하거나 찾는 해외 관광객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실제 방한 외국인의 이러한 소비 패턴이 내국인의 여행 트렌드와 무려 90% 이상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는 점이다. 한국관광공사가 내국인과 외국인의 카드데이터 유사도를 분석한 결과, K-푸드, K-뷰티, K-컬처 등 주요 업종에서 외국인의 소비 순위는 내국인 여행 소비 순위와 90%에 가까운 일치도를 보였다.

최근 방한 외국인의 소비 성장률 중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한국형 놀이를 꼽을 수 있다. 2025년 상반기 이색체험에 대한 소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382.5%나 증가했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해당 소비 증가율은 ▲방탈출 카페(1419.2%) ▲전자오락실(547.6%) ▲PC방(81.5%) ▲노래방(54.8%) 순이었다. 이들 공간은 단순 오락 공간을 넘어 ‘한국인의 여가를 그대로 체험하는’ 장소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인기가 폭증한 곳이 방탈출 카페다. 방탈출 카페는 스토리텔링과 추리, 퍼즐 요소가 결합된 복합 체험형 공간이다. 참가자는 제한된 시간 안에 주어진 단서를 풀어 탈출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직접 한국에서 특별한 경험을 했다’는 만족감을 얻는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매력으로 꼽는다. 또한 방탈출은 친구·연인·가족 단위로 방문한 관광객에게 적합하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협력이 필수인 만큼 팀워크를 다지는 동시에 즐거움을 나눌 수 있다는 평가다.

한국관광공사는 이같은 흐름을 포착해 외국인 관광객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방탈출’을 중심으로 스토리 기반 체험형 콘텐츠를 발굴, ‘K-퀘스트 투어’ 형태로 선보이고 있다.

먼저 한국인의 놀이문화로만 여겼던 방탈출을 관광콘텐츠로 전환하기 위해 국내 유명 방탈출 기업 ▲키이스케이프 ▲에픽로그 협동조합 ▲사이시옷 등과 함께 외국인을 위한 인프라 개선에 나섰다.

이들이 운영하는 방탈출은 영어, 일본어, 중국어(간체·번체) 등으로 스토리라인을 제공해 외국인도 쉽게 이해하고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또 오는 11월까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체험료 30%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굿즈를 증정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경복궁 일대에서 펼쳐지는 ‘한국신과 경복궁 탈환작전’ 방탈출 게임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 강남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단서 찾기 게임인 ‘어서오세요 메모리컴퍼니 고객만족센터입니다’에 참여해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

K-퀘스트 투어는 총 5개로 서울, 경주, 울산 등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잊혀진 기억을 복구하고 단서를 찾아내는 ‘어서오세요 메모리컴퍼니 고객만족센터입니다’(서울) ▲전통 설화를 바탕으로 경복궁 일대에서 펼쳐지는 야외 방탈출 게임 ‘한국신과 경복궁 탈환작전’(서울) ▲시간여행자가 되어 신라의 유적지에서 발생한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잔상일지’(경주) ▲마법학교 신입생이 되어 사라진 마법 시계를 찾아 나서는 경주 코오롱호텔 탐험형 콘텐츠 ‘사라진 시계’(경주) ▲‘K-컬처 수비대’라는 서사에 따라 참가자가 전시장 곳곳을 탐색하는 정크아트 미술관 스탬프 투어 ‘Mission Code Fe01’(울산) 등이다.

경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신라의 유적지에서 발생한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잔상일지’ 방탈출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다.
울산에서는 ‘K-컬처 수비대’ 서사에 따라 참가자가 전시장 곳곳을 탐색하는 정크아트 미술관 스탬프 투어를 만나볼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이 가운데 2023년 방탈출 어워즈에서 6관왕을 차지한 키이스케이프의 신작 ‘어서오세요 메모리컴퍼니 고객만족센터입니다’가 눈에 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강남역 인근 복합문화공간인 ‘무비무드’에서 진행되는 실내 방탈출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는 메모리컴퍼니의 직원 데이브가 돼 잊혀진 기억을 복구하고 단서를 찾아내는 미션을 수행한다. 방탈출게임 예약부터 체험까지 모든 과정이 영어로 지원돼 외국인 관광객도 불편 없이 참여할 수 있다. 또한 비상 대피경로 등 세부 요소까지 외국인의 시각에서 준비한 점은 외국인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서울뿐 아니라 경주의 공간적 특성을 부각한 야외 방탈출 콘텐츠도 눈길을 끈다. 동궁과 월지, 월정교 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잔상일지’는 시간여행자가 되어 신라의 유적지에서 발생한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현장에서 직접 단서를 찾아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과거 경주의 공간을 체험할 수 있다.

방탈출 카페를 경험한 일본의 관광객 A씨는 “한국의 방탈출 카페는 단순한 퍼즐 풀이가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 같은 스토리로 꾸며지는 것 같다”며 “한국형 공포, 전설, 역사적 모티브 같은 소재가 외국인에겐 신선하게 다가온다. 한국 드라마·K-컬처를 접한 사람들에겐 익숙하면서도 직접 이런 요소를 체험할 수 있다는 게 방탈출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가 방탈출을 관광콘텐츠로 선보인 것도 한류 콘텐츠가 가진 팬덤형 관광에서 일상문화 기반의 생활형 관광으로 외연을 확정한 시도로 볼 수 있다. 한국적인 공간과 서사를 결합해 외국인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새로운 체험형 관광콘텐츠가 탄생한 셈이다.

곽재연 한류콘텐츠팀 팀장은 “스토리와 체험을 결합한 K-콘텐츠는 외국인 관광객의 참여도를 높이고 차별화된 한국 여행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며 “올해 최초로 시행하는 이번 사업은 한국인의 일상문화를 새로운 한류콘텐츠로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체험 중심의 관광모델을 확장해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문화에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이번 사업을 통해 새로운 체류형 관광 수요를 창출하고 방한 유치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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