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대규모 구금 사태와 한미 간 관세 협상 간 연계설을 일축하며 “어떠한 이면합의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국익을 해치는 합의는 하지 않는다”며 “구금 문제를 관세나 투자 조건으로 교환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일부에서 제기된 ‘한국인 석방과 관세 완화 맞교환설’에 대한 직접적인 반박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 5일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건설 중인 조지아주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일하던 한국인 근로자 330명이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의해 체포되면서 발생했다. 체포자 중 남성이 306명, 여성이 10명, 외국인이 14명으로 집계됐다. 한국 정부는 현지 영사를 급파해 구금자 면담과 귀국 조치를 진행 중이며 이들은 12일 한국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 측이 구금자에게 수갑을 채워 이송하겠다고 통보했으나 한국 정부의 강력한 항의로 무력행동은 막았고, 백악관에서 “자유롭게 귀국하게 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대통령은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사태가 한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 심리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투자를 하려는 기업 입장에서는 예측 불가능성이 커지면 주저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비자 발급 문제는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미국 측과 비자 티오(TO) 확보 등 관련 협상을 진행 중이며, 제도 전반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번 사건의 배경으로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 차이를 지적했다. 한국에서는 관광 비자로 입국해 학교나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사례가 관용적으로 받아들여지지만, 미국에서는 이를 불법 취업으로 엄격히 금지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차이가 현지 단속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관세 협상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 합의는 결코 없으며, 합리성과 공정성을 벗어나는 협상은 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구금 사태와 관세 협상은 철저히 분리해 진행하고 있으며, 두 사안이 맞물려 진행된다는 시각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국민 보호와 법치주의 원칙에 따라 구금 사태를 해결하고 통상 협상은 절차와 법에 따라 독립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로 인해 미국 현지 투자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투자 리스크를 해소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구금자 전원의 안전한 귀국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으며 비자 제도 개선과 재발 방지책 마련을 위한 협상도 병행할 계획이다. 관세 협상은 별도의 통상 채널을 통해 진행되며 한국 산업계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협상의 투명성과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외교 및 무역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번 대통령의 발언으로 구금 사태와 관세 협상 간 이면합의설은 사실상 종식됐으나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간접적으로 관세 협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며 “미국 현지 투자와 수출 환경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보다 세밀한 대응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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